올해 말 완공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잠실 123층 롯데월드타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동상이 세워진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이 소설의 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로부터 영감을 받아 ‘롯데(Lotte)’라는 사명을 지었는데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랑과 자유를 지향한 괴테의 사상 및 롯데의 창업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29일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 높이 5.15m의 괴테상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이 동상은 독일 베를린시 티어가르텐공원에 있던 괴테 동상에 대해 총 8개월간에 걸쳐 마모된 부분을 복원하고, 3차원(3D) 스캐닝을 통해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한 것으로 30일 일반에 공개한다. 괴테 동상이 독일 외에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와 괴테의 인연의 시작은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총괄회장은 고학생 시절이던 19세에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여주인공 샤롯데로부터 영감을 받아 1948년 롯데라는 사명을 지었다. 신 총괄회장은 식민지 청년이자 평민이었던 괴테의 시대의식처럼 혈통과 신분에 따라 미래가 정해지는 현실에 대해 고뇌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노력에 따라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며 롯데를 창업했다. 샤롯데처럼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기를 염원하며 그룹 사훈도 ‘사랑과 자유를 지향하는 롯데’로 정했다.
초고층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사이의 아레나광장에 들어설 괴테 동상은 독일 신고전주의 최고의 조각가로 평가받는 프리츠 샤퍼의 1880년 작품으로 40세 전후의 괴테 전신상 아래에 시의 여신 ‘에라토’, 역사와 학문의 여신 ‘칼레이오’, 서사시의 여신 ‘칼리오페’ 등을 조각했다. 롯데는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3D 스캐닝 및 컴퓨터 절단 작업 등에 16억원을 들여 동상을 제작했다.
독일 마이스터(장인)들도 참여해 훼손 및 마모된 부분을 복원했다.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은 “독일 문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괴테의 동상을 서울에 조성한 롯데의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이를 통해 괴테가 꿈꾼 삶의 본질과 세상을 좀 더 밝게 만들고자 노력했던 그의 삶이 다시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상이 세워질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신 총괄회장이 ‘건설보국’의 꿈을 안고 설계한 초고층 프로젝트를 30년 후 아들 신동빈 회장이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있는 곳이기에 더욱 뜻깊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10월 발표한 경영 쇄신안에서 “50년 전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롯데를 창업한 신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건립되는 555m 초고층 타워와 괴테 동상을 통해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품과 서비스로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롯데의 창업정신을 임직원 및 시민과 함께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