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유출과 고령화·시장개방이라는 삼각파도에 허덕이고 있는 농촌 살리기에 농협중앙회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 차원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1사1촌 맺기 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실정이다.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를 통해 농업인과 도시민이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전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행정구역 기준으로 농업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지난 2011년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진 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농촌지역의 평균 연령은 66세로 농촌지역의 고령화 속도는 국가 전체의 3배에 달한다.
올해 5월 첫발을 뗀 농협중앙회의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이 같은 농촌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떨어지고 있는 활력만큼은 되살리자는 게 목표다. 단순히 한번 도와주고 떠나는 객(客)이 아닌, 옹기종기 모여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따스한 이웃을 만들어 도시와 농촌이 동반자로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에서는 기업대표 및 단체장 등은 농촌마을의 ‘명예이장’이 되고 소속 임직원은 ‘명예주민’이 된다. 명예이장이 직접 기업과 단체 등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 자원과 역량을 마을에 접목해 마을의 활력을 되살리는 작업을 주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마을 소득창출에 대한 고민도 포함된다.
실질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첫 달 67명으로 시작했던 명예이장은 6개월 만에 891명으로 늘었다. 200여명의 기업대표뿐 아니라 공공기관장 60여명, 학교·병원장 50여명, 문화·예술인 50여명 등이 명예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명예회장으로 위촉된 한 회사의 대표가 마을을 찾을 때 평균 30명의 직원들이 명예주민으로 동행한다. 출범 후 기업·단체별 농촌 방문 횟수는 1.5회로 총 3만6,000여명이 새로운 농촌 주민으로 역할을 한 셈이다. 활동내역도 농가 청결 지원 및 집수리(350회), 도배·장판교체(67회), 하천 및 농수로 청소(20회), 꽃길 가꾸기(10회), 문화·예술공연(9회) 등으로 다양하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들 명예회장 및 명예주민의 유·무형 활동실적은 금액으로 따지면 1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인간적 소통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상생을 추구하는 새로운 마을 만들기 운동”이라며 “앞으로도 도시민과 농업인이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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