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9일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함에 따라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사업군인 금융계열사들의 지주체제 구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의 금융 부문은 삼성생명이 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거느리는 형태의 지배구조 밑그림을 마련하고 이미 올 들어 본격적으로 계열사 간 지분 정리에 들어갔다.
먼저 지난 1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이면서 삼성카드 지분율을 71.9%로 높이고 1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어 11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삼성증권 자사주 매입을 의결하고 삼성증권 지분율을 30.1%까지 끌어올리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는 모두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을 갖추기 위한 작업으로 삼성생명은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삼성카드에 대해 ‘상장회사 지분 30% 이상(비상장사 지분 50%)’이면서 ‘1대 주주’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이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삼성증권·삼성카드 모두 완벽하게 거느리게 된 셈이다.
남은 숙제는 삼성화재 지분 추가 확보와 삼성전자 지분 축소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지분율이 15.0%에 그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요건인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5.9%를 사들이면 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2조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자금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보험업법상 현재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 확보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3,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도 걸림돌이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1대 주주 지위에서 벗어나야 하는 동시에 지분율을 5% 아래로 낮춰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1대 주주로 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4.25%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화재 지분 매입이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모두 규모가 막대한 만큼 당장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자 지주사 전환이 첫 단추를 끼운 만큼 금융지주사 작업에도 속도가 붙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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