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소득세 인상,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방식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400조7,000억원)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처리마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24일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안만큼은 혼란스럽지 않게 하자고 해 이제까지 큰 파열음 없이 처리해왔지만 문제는 (22일부터 시작된) 예산안 증액 과정”이라며 “법인세·누리과정 등 쟁점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는 예산안 감액 심사를 대부분 마치고 증액 심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지난 9월2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지난달 26~28일 종합정책질의를 거쳐 이달 7일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를 통해 감액 심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예산’에 대한 감액이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결위 소위에서 감액 심의 진도가 조금 더디기는 했지만 대부분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진행되고 있는 증액 심사다. 누리과정, 소득세·법인세 인상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야당은 중앙정부가 재정을 누리과정에 더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되는 세법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도 논란거리다. 야당은 재정건전성과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법인세·소득세 증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활동이 추가로 위축되고 소득세 인상도 세금납부 회피 현상만 키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법정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년간 국회는 법정처리시한을 지켰다.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12월2일이 되면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여당에 의해 통과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이 된 20대 국회에서는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정부안이 국회에 부의되더라도 야당이 표결로 부결시킬 수 있다.
예산안이 12월2일을 넘기면 집행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배정 계획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여야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새해를 맞으면 전년도 회계연도에 준해 예산을 집행하는 준예산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세종=임지훈·이태규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