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먹는 술)이 일상인 사회에서 사람을 위로하고 감성을 나누는 가상현실(VR) 게임을 만들려고 합니다”
젊은 게임인들이 뭉친 EVR스튜디오(대표 김재환)가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VR 어드벤처 게임 ‘프로젝트M’을 준비해 눈길을 끈다.
이 게임을 위해 VR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면 집으로 설정된 가상 공간에 여자 캐릭터가 내 앞에 다가온다. 캐릭터는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면 말투가 부드러워진다. 감성지수를 뜻하는 하트도 계속 늘어난다. 대화는 캐릭터가 질문을 던지면 이용자가 선택지 중에 눈을 맞추며 답을 고르며 진행한다. 회사 측은 앞으로 음성 인식 등의 기술도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게임에 현실감과 친근함을 살리기 위해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며 “철저히 성형을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면서 이용자와 함께 기억을 쌓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캐릭터는 이용자의 대답 속에 나타나는 좋아하는 색깔, 취향, 의견 등을 기억한다. 이는 캐릭터들끼리 공유를 해 “○○이랑 얘기했는데 너는 파란색을 좋아한다면서”라고 이용자에게 말을 꺼내기도 한다. 나에 대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상대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다가도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는 사람 사이처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친해지는 것도 이 게임만의 묘미다. 다만 주인공이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허(Her)’와 다른 점은 AI가 무한대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나리오 안에서 자유도가 높아지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게임의 시나리오는 등단을 한 장편소설가 3인방이 직접 쓰고 있다. 시연 버전은 여고생으로 설정했지만 앞으로 연령대, 성별 관계없이 수십명의 캐릭터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EVR 스튜디오의 핵심 멤버는 바른손이앤에이의 윤용기 대표가 모았다. 윤대표는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된 ‘히트’를 내놓은 넷게임즈를 자회사로 둔 게임계의 큰손이다. 윤 대표는 “VR이 앞으로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인력부터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며 “당장 대중화가 눈 앞에 있지 않더라도 계속 앞서가 있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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