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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최순실 게이트에 경영 먹구름]'오라가라' 국정조사·특검에…해외 출장 발목 잡힌 총수들

미국·유럽 보호무역 대응 바쁜데

글로벌 현장경영 계획 '시계제로'

M&A 등 투자활동 위축도 불가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 총수가 해외 출장을 나갈 수 있겠습니까.”

삼성·현대차를 비롯해 재계 총수 9명이 다음달 5일 열리는 국정조사에 나선다. 끝이 아니다. 최장 4개월 동안 열리는 특검에도 대비해야 한다. 언제 또 국회에 불려나가거나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기업 총수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형국에 빠졌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싸워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기업 총수들의 발목이 꽁꽁 묶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당분간 해외 출장 스케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등 해외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산활동을 독려했던 행보와 사뭇 비교된다. 연말 해외 법인장 회의, 내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토쇼 등 굵직한 행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정조사가 생중계로 방송되는데 혹시라도 제품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왕성하게 ‘한중 셔틀경영’을 벌이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해외출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외부에 공개된 일정 외에도 비공개 방문까지 포함해 한 달에 1~2번은 중국에 들를 정도로 중국 시장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다음달 국정조사 참석이 확정된데다 준비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해외에 나가 현장을 챙기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최 회장은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관계사들이 판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서달라”고 주문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걸려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행동반경이 위축되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사장단회의를 예정대로 열 방침”이라면서 “하지만 신 회장 재판에 국정조사 준비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대국민사과에서 앞으로 5년 동안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1일 주요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증인명단에는 권 회장이 빠져 있다”면서 “앞으로 특검에서 재계를 상대로 한 조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하는 권 회장의 경우 구조조정 성과와 실적호전으로 연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번 사태로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서정명·한재영·이종혁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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