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기점으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미국과 유럽 특허가 대거 만료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는 개발 기간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절반 정도이다. 개발비용 또한 그 10% 수준(약 500억원)으로 저렴하며 개발 성공률은 10배나 높다. 특히 우리나라나 유럽과 같이 바이오의약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들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은 동등하지만 약가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보험재정 측면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정권과 달리 트럼프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의 정책을 펼칠 것이 확실시되는데 규제 완화와 법인세 개편이라는 공약이 실현되면 글로벌 제약사의 이익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공약 중 ‘오바마케어 폐지’가 있어 2,000만명의 미국인들이 건강 보험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의약품의 판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당선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어떨까.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미국도 국가재정과 국민건강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복제약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미 이달 출시를 예고한 셀트리온 ‘램시마’의 경우는 미국 제약시장에 바이오시밀러 돌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셀트리온과 함께 우리나라 바이오시밀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를 허가받아 국내 판매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바이오신약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의 개발을 완료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신청해놓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년 상반기 SB5의 허가를 받게 되면 TNF-알파 억제제 3형제라고 할 수 있는 휴미라(2014년 기준 130억달러), 레미케이드(100억달러), 엠브렐(90억달러)까지 판매 상위 세 종목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문제는 미국이 신약 위주의 자국산업 보호를 핑계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서는 그런 경우까지 대비해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한국 식약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의 바이오시밀러 실무그룹 의장국이 돼 산업과 규제를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지연된다면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의 대비 전략 또한 필요하다.
주광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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