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으며 전세계 정보기술(IT)·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한 삼성전자와 미국 하만인더스트리 경영진이 인수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들 경영진은 “삼성전자의 부품·통신망 기술과 하만이 쌓은 고객망, 커넥티드카 역량을 융합해 완벽한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내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팔리월 CEO는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부사장)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하만의 M&A 후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팔리왈 CEO는 “하만이 70년의 역사를 거치며 구축해놓은 전세계 완성차들과의 거래망에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수위권을 달리는 센서·디스플레이·IT 기술과 5세대(5G) 통신 기술을 결합하면 자율·반(半)자율 주행차에 대한 완벽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팔리월 CEO나 손 사장은 모두 “삼성전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팔리월 CEO는 삼성전자 연구소·생산시설 등을 돌아본 뒤 “모빌리티 등 삼성의 기술 혁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두 기업의 강점이 통합된다면 단번에 티어1(1등급 공급업체) 스마트카 부품 회사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하만은 2016회계연도(2015년 7월1일~2016년 6월30일)에 매출 69억달러, 세전 이익 8억3,600만달러를 기록한 하만은 전세계 커넥티드카 시장의 24%와 카오디오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앞으로 10년 후면 스마트카 시장이 스마트폰을 추월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하만의 고객망을 이용해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카 부품을 더욱 수월하게 팔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손 사장은 “하만이 70여년간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면 자동차 뿐 아니라 소비자 가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특히, 삼성전자의 약점이던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뚫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만은 보유한 오디오 브랜드 가운데 3개(JBL·AKG·렉시콘)가 권위있는 미국 그래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음향 기술면에서 인정받고 있다. 하만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슈퍼볼 같은 권위있는 행사마다 음향 효과를 책임지고 있다.
팔리월 CEO는 “하만의 전설적인 오디오 브랜드가 TV·CCTV 같은 삼성전자의 기술과 접목하면 크게는 공연장, 영화관 등에 걸맞는 음향·영상 시스템도 제공 가능하다”며 “더불어 양사의 시너지는 B2B 고객을 위한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사업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경영진에 따르면 하만이 보유한 오디오 브랜드를 스피커로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오는 2018년께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팔리월 CEO는 한국에 공장이나 연구소를 세울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하만은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만 답해 이런 계획이 없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은 팔리월 CEO와 인수 후 첫 상견례를 가진 후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전장 사업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있게 의견을 나누었다고 삼성전자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장 사업에서 하만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하만측은 22일에는 현대자동차를 방문,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한 EQ900에 하만 오디오를 넣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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