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공통점은 자율적인 연구 환경 아래서 다양한 연구를 했다는 점입니다. 한국도 노벨상을 받으려면 상 자체를 목표로 한다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존중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마쓰모토 히로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 이사장은 20일 기초과학연구원(IBS) 개원 5주년을 맞아 세계 기초과학 연구기관의 글로벌 리더로부터 한국 기초과학의 발전 방안과 IBS의 비전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연계에는 없는 주기율표 113번 원소를 3차례나 생성해 일본이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원소 명명권을 부여받아 지난 9일 ‘니호늄(Nh)’으로 이름 붙이는 쾌거를 이룬 모리타 고스케 교수의 성공비결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모리타 교수가 25년 전 처음 연구소에 합류해 핵물리학 연구를 시도했을 때 리더는 처음에는 그에게 연구가 성공하기 힘들 거라며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꾸라고 말했다”며 “모리타 교수는 조언을 따르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고집했고 결국 RIKEN도 22년에 걸쳐 지원한 끝에 성과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마쓰모토 이사장은 RIKEN이 정부 지원을 받는 국책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기초과학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가능했고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RIKEN은 1917년 설립된 국립 종합연구기관으로 우리도 RIKEN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MPI)를 벤치마킹해 2011년 11월 IBS를 설립했다.
마쓰모토 이사장은 “3대 연구소장 시절에는 사업화를 강조해 실제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지만 기초과학자들에게 상용화를 강요하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기초과학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화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IKEN은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정부 지원을 받아 ‘중이온가속기’ ‘슈퍼컴퓨터K’ 등 거대과학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으며 예산을 지원받기 어려운 신진 연구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사장은 설명했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책 연구보다는 연구자 중심의 자유 공모 연구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경우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자 주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 연구장비가 필요한 연구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프로젝트도 필요하다”며 “전반적으로 기초과학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끝으로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은 발명가일 뿐 혁신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짜 혁신가는 TV에서부터 로봇까지 현대사회 전기기술의 원리를 제공한 니콜라 테슬라로 이처럼 기초과학은 사회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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