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9일 서울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14원50전이나 오르며 흔들렸다. 이후에도 달러화 가치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180원대를 넘어섰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미국 대선 이후 꾸준히 상승하면서 최근 100을 넘어 1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환산한 지수다. 지수가 높아질수록 다른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달러화 강세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의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을 푸는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1조 달러를 인프라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통화정책을 쓰면 달러가 시장에 많이 돌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재정정책으로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달러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더불어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실제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출석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달러 가치 상승을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강세는 단순히 안전 자산 선호 현상과 연결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미국 내 물가 상승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쉽게 달러화 강세에 투자할 방법은 ‘달러 예금’ 상품이다. 달러 은행은 국내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금리는 1% 미만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를 받으면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안정형 달러 투자 상품으로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 꼽힌다. 달러 RP는 증권사가 보유한 달러화 채권을 투자자들에게 나눠 팔고 약속된 기간이 지나면 다시 사주는 상품이다. 수익률은 1% 안팎으로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별도의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달러 강세에 투자하는 전략 중 하나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연동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ETF를 사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달러 강세에 거는 키움증권의 ‘KOSEF 미국달러선물’ ETF는 미국 대선 이후 가격이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만2,000원대를 넘어섰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 ETF도 최근 달러 강세에 힘입어 4개월 만에 9,000원대에 안착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미국 달러선물지수의 일간 변동 폭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수익률과 손실률이 일반 ETF보다 더 높다. 달러 강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채권(ETN) 상품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달러인덱스 선물’ ETN은 지난 10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만원대에 안착했다.
아울러 경기 회복세에 접어든 미국의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투자 전략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은 장기적으로 유망한 신산업분야인 전기차·바이오 등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선진국 주식 중에서도 가장 투자할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추천 미국 종목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자인 엔비디아(NVIDIA)·AMD와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인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을 꼽고 있다. 미국 주식은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전화 또는 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직접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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