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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조영제 금융연수원장

조영제 신임 한국금융연수원장인터뷰6
조영제 신임 한국금융연수원장인터뷰7

'금융 해외진출' 인력양성에 달려… 스스로 판짜는 인재 키울 것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프로그램 도입 1년에 30명씩 배출 목표

금융사가 해외 사업수요 발굴해 기업 선도하는 선진금융 필요

기업구조조정 현실화… 은행 선제적 판단으로 부실 최소화해야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의 능력으로는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활동을 충분히 지원해주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내년부터 금융연수원이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진국 금융회사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금융인재를 키워낼 것입니다. 1년에 30명씩이라도 해외에서 소위 '놀 줄' 아는 인력이 배출된다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경쟁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영제(57·사진) 금융연수원 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권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인력을 키워내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며 그런 '인재의 산실'로서 금융연수원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그는 지난 10월 금융연수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카드사 정보 유출, KB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 현장에서 사고수습을 지휘하던 조 원장은 호랑이 같던 검사반장에서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연수원장으로 변신했다. 한국은행과 금감원에서 보낸 30년 금융감독 경험을 금융인재를 길러내는 숙제에 충실히 녹여내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조 원장은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으나 현재 국내 은행들의 능력으로는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건설업체가 해외에 나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현지에 진출한 은행 직원은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동원해 신디케이트론을 만들거나 신용등급이 높은 해외 금융기관의 보증을 따오는 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설계해줄 수 있는 역량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우리 금융회사 직원들은 아직 그런 능력이 미흡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금융회사 직원들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 높은 보수, 국내시장 위주의 영업행태 등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키울 유인을 스스로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금감원 임원 시절에 지켜본 은행들의 해외지점 모습도 그리 치열하지는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 원장은 "해외에 나가 현지 법인장들과 간담회를 해보면 국내 은행이 더는 못 나오게 해달라거나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기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었다"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만 놓고 서로 싸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구나 은행 직원들은 3년이면 대부분 현지에서 한국으로 복귀하기 때문에 현지에 최적화된 전문성을 유지하기도 힘들다"며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과연 이런 식으로 장사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글 같은 환경에서 치열하게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의 해외 경쟁력에 대한 뼈아픈 현실을 절감한 그가 금융연수원에서 첫 작품으로 내놓는 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영어구사가 완벽한 금융회사 직원들을 모아 국제금융의 안목을 높이고 스스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조 원장은 "해외 진출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낱낱이 분석하는 한편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제적인 강사들을 초빙하고 잠재력 있는 국내 인재들을 해외에 데리고 나가 '무림의 고수'들을 직접 만나게 하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1년에 30명씩 5년만 진행해도 150명의 해외 전문인력을 육성할 수 있고 그런 해외 전문인력이 생기면 국내에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좀이 쑤셔 해외에 나가 시장을 뚫으려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는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사업수요를 발굴해 국내 기업들에 소개하고 이를 뒷받침할 효율적인 금융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금융산업이 실물 부문의 기업들을 선도하는 선진금융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금융산업 전망과 관련해서는 역시나 어두운 진단을 내렸다. 조 원장은 "채무상환 능력 악화로 한계기업·좀비기업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절박감으로 다가오고 개인 및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국내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며 "금융회사들은 부실채권 증가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거나 손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년도 우리 금융산업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부실화되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므로 은행들은 살릴 수 있는 기업과 못 살릴 기업을 빨리 판단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그게 더 큰 상처를 막기 위한 방법이고 살릴 수 있다고 보면 화끈하게 지원해 빨리 살려내야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잘 구현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이처럼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만큼 금융연수원에서도 내년부터는 기업 구조조정 및 여신심사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보강하는 등 실무적 차원에서 시급히 필요한 연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비대면 실명인증 허용으로 금융권의 비대면 영업이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조 원장은 "올해 국내 최초로 '비대면 마케팅 과정'과 '바이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비즈니스 과정' 등 2개의 집합연수 과정을 개설했고 연수에 참가한 금융기관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며 "내년에는 비대면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금융기관별 연수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기관별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리=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대담=정영현 금융부 차장 yhchung@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He is…

△1976년 충주고 △1980년 연세대 법학과 △1985년 한국은행 입행 △1999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국 과장 △2001년 금감원 영국 런던사무소 △2005년 금감원 증권감독국 팀장 △2007년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 △2008년 금감원 외환업무실장 △2009년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장 △2011년 금감원 부원장보 △2013년 금감원 부원장 △2015년 10월~ 한국금융연수원장



환란 이후 또 금융위기… 국제화 필요성 새삼 절감했죠

기간별 외화유동성비율 규제 등
IMF 이후 구축 금융시스템으로 2008년 위기 때 은행부도 막아

기자명

조영제 금융연수원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을 맡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절박했던 당시 국내 금융회사들이 위기를 넘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 원장이 느낀 것은 앞서 10여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우리가 치른 수험료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조 원장은 "당시 IMF 체제하에서 수동적으로 금융 부문 개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면이 컸지만 그래도 그때 구축된 선진 시스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금융회사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며 "IMF에 그냥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국제화의 필요성을 더욱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자 전 세계적으로 금융회사 간 신용경색이 발생했다. 서로 못 믿으니 돈을 빌려주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 국내 은행들은 보통 단기로 외화를 차입해 기업에 장기로 빌려주는 영업을 했는데 단기로 빌린 돈의 만기가 돌아오니 외화 유동성 위기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무 책임자인 조 원장도 절박했다. 그는 "당시 은행 자금부장들을 모두 불러모아 긴급회의를 해보니 그래도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진 시스템에 따라 두달치 갚을 외화 정도는 다들 확실히 보유하고 있었다"며 "당시 7일·1개월·3개월 등 기간별로 외화 유동성 비율 규제가 도입돼 있다 보니 은행들이 적어도 두 달까지는 부도날 일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에서도 은행이 무너지는 사례가 속출했는데 국내 은행들은 잘 견뎌낸 걸 보면 IMF 위기가 결국 돈값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그때의 경험으로 국제화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금융연수원장으로 취임해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 등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해외에 너무 노출이 안 돼 있다 보니 3월 위기설이니 9월 위기설이니 이런 것에 너무 쉽게 휘둘렸다"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높이고 우물 바깥에서 당당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연수원장 취임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시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행 근무 시절 한은 연수원에서 3년을 일해 연수원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재임 중 국내는 물론 해외 영업에도 필요한 수준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연수원을 명실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금융교육기관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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