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간 계속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감세’와 ‘확대재정’의 큰 틀을 유지하면 자금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이 금리 상승(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대규모 국고채 매입에 나섰다. 초저금리에 가려져 있던 1,300조원의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가능성에 금융당국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시중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3년물 국고채금리는 18일 1.736%로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포인트) 올라 3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7일(현지시간)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2.3%로 전 거래일보다 8bp 상승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에는 1.3%대였지만 불과 4개월 만에 1%포인트 급등했다. 독일은 0.28%로 전일보다 내리긴 했지만 지난달 마이너스에서 탈출했고 영국도 1.29%로 5개월래 최대 수준이었다.
전 세계 금리 상승은 트럼프가 원인이다. 세금을 깎고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하면 당연히 나라 곳간이 비고 결국 국채를 발행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은 기름을 부었다. 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내놓은 성명에서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을 시사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돈값(금리)이 제로 수준인 것이 역사적으로 비정상이었다”라며 “초저금리가 8년간 지속됐다면 이제 오를 때가 됐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오는 21일 국고채 6종목 1조5,000억원어치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입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를 1조원 이상 대량 매입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초저금리 물결이 썰물처럼 빠지면 우리 경제의 맨몸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점이다.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이며 24일 발표될 9월 말까지의 실적은 1,3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득은 제자리여도 초저금리로 이자부담이 작았지만 금리가 오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소비부터 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져 경기에도 부정적이다.
/세종=이태규기자·김상훈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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