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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배우 이정진 is 뭔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더 케이투>에서 재벌 악역을, 영화 <은하>에서는 사랑에 빠진 교도관을, 예능 <내 귀에 캔디>에서는 아재미 넘치는 달빛 사냥꾼으로 올 한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 이정진. ‘배우는 선택받는 것’이라며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며 다양한 변신을 꾀한 그의 필모그래피 덕분에, 이제 그는 어떤 역할이든 너끈히 해낼 것만 같다. 그의 능력치는 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연예기획사의 대표로 또는 사진작가로서의 활동도 종횡무진 이어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열정 넘치는 이 배우의 매력의 끝은 어딜까.





<더 케이투>를 특별 출연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후반부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악의 축으로 자리 잡았는데, 알고 있었나?
4회까지 한 신 정도 있는 특별 출연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9회 이후부터는 비중이 커졌다. 최성원이 나쁜 역할이긴 하지만, 요즘과 같은 흉흉한 시대에 ‘악의 축’이라고 불릴 만큼 뉴스에 나올 정도의 나쁜 캐릭터는 아니었다. 야망은 있지만 결국 두 윤아만 괴롭히다 끝나지 않나. 그저 성원은 그 순간이 즐거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성원을 더 입체적으로 연구하고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해보니 상대 배우 송윤아는 어떤 사람이던가?
배우는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장에서까지 모든 것을 잘 아우르며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스타라고 생각한다. 송윤아 씨는 딱 그런 사람이다. 연기도 잘하지만 주변을 밝힐 수 있는 사람, 그런 배우다.


올해 <트릭> <대결>에 이어 곧 개봉할 <은하>까지 3편의 영화에서 모두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다양한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건가?
욕심보다는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역할만 할 수는 없다. 그 때 그 때 어떤 역할이든 받는 대로 잘 소화해보려고 노력했다. <돌이킬 수 없는>에서는 아동 성범죄자를 연기하지 않았나. 악역이거나 좋은 사람이거나 어떤 정형화된 모습을 정해두지 않고 앞으로도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다.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
너무 배우 같지 않게, 최대한 사람 냄새가 나려고 노력한다. 모든 역할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 속 악당이라도 창피할 때 창피하고, 아플 때 아프다는 지점들을 잘 찾아서 연기하려고 한다.


최근 예능 <내 귀에 캔디>에서 약간 아재 같은 매력을 보였다.
나는 원래 아재다. 약간이 아니다. 때문에 아재처럼 보이는 건 연기도 아니고, 가짜도 아니다. 가짜로 보이면 연기든 뭐든 들통 난다고 생각한다.


예능을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남자의 자격> 이후로 고정은 아니지만 잠깐 잠깐 예능에 출연하곤 했다. 물론 예능에 대한 욕심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생각할 때 생뚱맞은 것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남자의 자격>을 결정할 때도 그 당시에는 배우들이 예능을 잘 안했을 때다. 올해 에 출연도 했는데, 고정 욕심이 날 만큼 재밌었다. 그런데 고정은 거절당했다.(웃음)


방송 활동 외에도 4년 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렇게 주목받을 줄 알았는가?
사실 주목 받을 줄은 몰랐다. 전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저개발 국가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개인 사진전도 하고, JYP에 소속되어 있을 때 JYP Nation도 찍고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러면서 패션 화보도 찍게 되더라. 최근에는 재능기부로 산악구조대원 사진도 찍었다. 폴라와 콜라보레이션 해서 선보인 쯔위 사진은 좋은 반응을 얻어서, 폴라랑 2차로 더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 모델로 많이 찍히다가 직접 사진을 찍으니 다른 작가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피사체가 많이 돼봤기 때문에 모델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그래서 항상 빨리 찍으려고 한다. 필요한 것만 후딱 찍으면 ‘다 찍었습니다’고 한다.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으면 작가로의 전업도 생각했을 것 같은데?
요새는 작가로 오퍼가 많이 온다. 광고 모델이 아니라 광고를 찍어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사진작가만 해야지 하는 마음은 없다. 배우도, 작가도 뭐든지 열심히 하고 싶다.


사진 작업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촬영장에서도 스텝들이나 배우, 감독들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그들의 사진을 찍는다. 렌즈에 담긴 그들의 모습, 표정, 눈빛 등을 보면서 내가 놓쳤던 부분들을 발견한다. 또 사진을 통해서 보면 각 사람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어서 좋더라.




올해 기획사 대표로 새로운 도전도 하지 않았나?
연기를 하면서 왜 좋은 기획사가 많았는데, 몇 개만 성장하고 없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해 직접 부딪히기도 했고, 관련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지금까지의 경험들 중에서 강점들을 생각해서 최대한 새로운 그림들을 그려서 회사를 운영할 것이다. 단순 연예인 소속사만이 아닌 카페, 드라마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를 주축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것이다.


1인 기획사로도 많이 알고 있는데, 최근 조민수 씨를 영입했다.
1인 기획사로 출발한 것이 아닌데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 조민수 선배님을 모셔왔다. 선배님의 부활을 위해 다양한 영역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열심히 뛰고 있다.


회사 대표로서의 이정진은 어떤 사람인가?
우리 회사는 수직적 구조가 아니다. 다 같이 일하는 수평적인 구조다. 배우일 때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전체를 봐야 해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다.






배우, 사진작가, 기획사 대표. 이 많은 일을 해내려면 연애는 언제 하나?
바쁜 게 아니라 능력이 안 되서 연애 세포가 죽은 것 같다.(웃음) 생각은 있는데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연말에 한국에 있으면 솔로라고 여기저기서 많이 부를 것 같아서 따뜻한 나라로 도망갈까 생각중이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연기자로서는 내년 작품들을 검토하면서 준비할 생각이다. 기획사는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할 일이 아주 많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상장사 목표로 신인 양성에도 힘쓰고, 내년엔 드라마 제작도 들어갈 계획이다. 올 한 해 동안 내년에 일 할 수 있는 발판 잘 다져놨다고 생각한다. 연기자로서 작품도 많이 하고, 대표로서 회사가 칭찬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인터뷰 동안 그의 입술에서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직접 나오진 않았지만, 열정 가득한 그의 계획들을 들으며 마치 브라질 올림픽에서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를 외치던 그 모습이 오버랩되며 지나갔다. 누가 즐기는 자를 이기겠는가. 인생을 신나게 즐기는 배우 이정진, 그의 도전들이 더욱 기대되는 건 비단 나뿐 만은 아닐 것 같다.


정현정(joy@hmgp.co.kr)
사진 차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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