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문자메시지(RCS)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뉴넷 캐나다’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구글·페이스북 등도 이미 RCS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메신저 시장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용량·고화질 동영상 등도 전송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경쟁도 예상된다.
RCS는 전 세계 이동통신사 연합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표준으로 채택한 차세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규격이다. 기존 문자 서비스가 단순히 글자만 전달됐다면 RCS는 음성·사진·영상을 전송할 수 있고 그룹 채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측은 “메시징 시장이 RCS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RCS 관련 특허 등을 확보해 이동통신사에 솔루션을 제공, 로열티 수익을 얻겠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들이 ‘조인’이라는 RCS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카카오톡·라인 등에 밀려 서비스를 접었다”며 “이번 인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그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자사 제품에 기본 탑재되는 자체 메신저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인수한 비브랩스의 AI 기술을 결합해 ‘채팅봇’을 선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이 보유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과도 융합해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를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은 메신저 기반 AI 챗봇 서비스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삼아 그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구글은 지난달 사람이 원하는 답을 스스로 판단해 후보 답안을 추천하는 AI 메신저 ‘알로’를 선보였다. 또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손잡고 RCS방식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도 시작했다. 대화창에서 상대방이 문자메시지를 읽었는지, 혹은 답신 문자를 입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단체 문자 채팅도 가능하다. 내년부터 스프린트용으로 출시되는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RCS가 기본 탑재된다. 페이스북 또한 지난 4월 페이스북 메신저로 날씨를 물어보거나 음식 주문, 택배 반품 신청 등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공개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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