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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계영배(戒盈杯)'가 알려준 균형의 미학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눈길을 주는 물건이 있다. 바로 책상 위 한편을 지키는 옥빛 술잔 ‘계영배(戒盈杯)’다. ‘가득 채움, 넘침을 경계하는 잔’으로 불리는 이 잔은 술을 채우다 어느 정도 적정선에 차게 되면 넘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 새 흘러버리는 잔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정도가 없는 인간의 이기심은 모든 균형을 깨뜨린다. 어떠한 유혹에도 정도를 지키고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기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필자도 균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계영배를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감시하고자 노력하고는 한다.

계영배 이야기는 고(故)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에 등장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소설은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이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인삼 교역권을 독점해 재산을 모은 조선 최고의 부자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뤘다. 조선 최고의 거상이던 그도 계영배를 곁에 두고 과유불급의 이치를 되새기며 욕심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상도라 다짐했다고 한다.



이는 상도를 넘어 기업의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실력을 지닌 이들로 구성된 기업에서 ‘균형’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한 팀 결성에 리더와 참모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들로 배치해 균형 있는 파트너십 구축으로 성공 신화를 이어간 조직의 사례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 리더가 추진력과 카리스마 강한 ‘강성’형이라면 참모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꼼꼼히 챙기는 ‘연성’형의 인물을 선정해야 배가 산으로 가거나 마찰이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필자 역시 조직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계영배의 참뜻을 새기고자 함께하는 회사 임원들에게 계영배를 선물해 그 의미를 나누기도 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패션업계의 경우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창의적 감성과 이성의 균형이 절실한 분야다. 독창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일지라도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치밀하고 꼼꼼한 이성적 분석과 전략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패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의 중요성이 어디 이뿐이랴. 모든 조직과 사회 전반, 국가의 운영에서도 정도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좌우명(座右銘)’의 뜻을 보면 ‘자리 오른쪽에 두고 마음에 새기던 술독’이라는 의미가 있다. 계영배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욕심을 경계하며 균형을 지킬 줄 아는 조화의 자세는 개인의 삶에서부터 가정, 인간관계, 기업의 경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특히 요즘과 같은 때 우리 모두가 좌우명처럼 항상 곁에 두고 새겨야 할 소중한 교훈인 동시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따라 필자의 책상 위에 놓인 계영배의 옥빛이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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