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로 동남아 신흥국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투자지도를 완성했다. 경쟁자가 없는 유망시장을 공략하는 블루오션 전략을 가속화해 내년에는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투자 ETF도 선보일 계획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운용은 12월 말 ‘킨덱스(KINDEX) 필리핀MSCI(합성)’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음달 초 필리핀 현지 증권사 및 상장사 방문도 앞두고 있다. 이 펀드는 44개 필리핀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필리핀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이로써 동남아 핵심지역인 VIP 3개국 투자 ETF를 모두 출시한 한국운용은 내년에는 러시아와 남아공으로 투자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처럼 한국운용이 신흥국 ETF 라인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삼성과 미래 등 국내 ETF 시장 선두주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지수나 선진국 대표지수 상품을 내놓기보다는 아직 경쟁자가 없는 유망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신흥국 ETF 중 올해 처음으로 등장한 지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예정)인데 이 중 3개가 한국운용 상품이다. EFT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각각 57%와 2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상장한 ‘킨덱스 베트남VN30(합성)’은 운용 순자산 154억원, 최근 3개월 수익률 4.65%로 상장 초기부터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1일 상장한 ‘킨덱스 인도네시아MSCI(합성)’도 상장한 지 보름이 채 안 됐지만 순자산 94억원으로 순항 중이다. 특히 이 상품은 국내에서 인도네시아에 단독 투자하는 ETF로서는 첫 번째, 해외 주식형 펀드를 통틀어서도 두 번째라는 데 의미가 있다. ETF로 해외시장에 투자하면 일반 해외펀드 대비 비용을 크게 3분의1까지 절감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유리한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동남아에 이어 한국운용이 후속 타자로 고려하고 있는 지역은 러시아와 남아공이다. 심재환 한국운용 베타운용본부장은 “러시아 증시는 현재 역사상 최저점 수준이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존재해 투자 유망한 지역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운용은 러시아 ETF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러시아 극동지역의 투자자도 끌어들일 계획이다.
러시아 증시 기준이 되는 모스크바와 극동지역의 대표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의 시차는 무려 7시간이다. 심 본부장은 “러시아 극동지역은 오히려 한국과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하다”며 “이 지역 투자자 사이에 한국 시장을 통해 러시아 증시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러시아와 남아공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 투자 상품을 계속해서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주·김연하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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