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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대...한국 '제2 닉슨쇼크' 오나]"한국 .G2 코끼리싸움에 짓눌린 잔디될수도"

■현정택 KIEP 원장 인터뷰

인프라에 1조弗 투자 불구

전세계 기업이 수주에 혈안

국내기업 수혜 제한적일 것

FTA재협상 무조건 반대보다

실익 따져 유연한 대응 필요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국 신정부 정책전망 세미나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각에서 트럼프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미미할 것으로 봤고 미국과 중국, 즉 주요2개국(G2)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들의 싸움에서 한국은 짓눌리는 ‘잔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트럼프 당선에서 보듯 통상 패러다임은 보호주의로 반드시 변할 것이며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의 한국 경제 긍정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1조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해 우리가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긍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수주를 위해 혈안이 돼 달려들 텐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또 “1조달러를 풀고 친기업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규제를 완화해 미국 경제가 잘되면 전 세계에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훈풍이 우리나라까지 오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신 현 원장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해지며 한국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코끼리 두 마리가 있으면 사랑을 하거나 싸움을 하는데, 특히 싸움을 하면 잔디는 엉망이 된다”며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중국만 겨냥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한국도 ‘도매금’으로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원장은 “미국도 조치를 취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등을 근거로 내세우는데 중국은 3%인 반면 우리는 8%에 달한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도 미국의 철강 등에 대한 반덤핑 조치는 중국과 한국에 동시에 매긴다”며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국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해질 수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현 원장은 “미국에서 한국과 통상·경제협력을 통해 얻은 이익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문제, 환율 등을 계속 주시하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원장은 앞으로 전 세계 통상·외교 패러다임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쪽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자유무역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졌고 경제학적으로도 맞는 얘기였지만 (서방 국민들 사이에서) ‘20년간 자유무역을 한 결과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은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이 그 예이며 내년 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현 원장은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3분의1 이상을 줄여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미국과의 FTA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언급하며 “그들도 나름 계산에 바탕을 둔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장기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는 등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현 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정확대는 국채를 더 발행하는 것이므로 트럼프의 1조달러 재정확대 정책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저금리가 유지됐기 때문에 이제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 원장은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미 대통령이 아무리 강력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정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김상훈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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