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하만을 인수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은 이번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시장 선도 기업으로 뛰어오르게 됐다.
하만은 스피커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1953년 설립된 이후 최초의 스테레오 리시버를 개발했고 JBL·하만카돈·마크레빈슨·AKG 등으로 이미 전 세계 소비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자동차 스피커 시장에서도 뱅앤드올룹슨(B&O)·바우어앤드윌킨스(B&W) 등의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 1위(41%)를 기록 중이다. 카오디오의 공룡이라는 별명도 있다. 미국·멕시코 등 10개국에 19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고 직원 수는 약 3만명이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전장사업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는 바퀴가 달린 거대한 컴퓨터로 평가 받는다. 특히 지능화·네트워크화되고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면서 파워트레인이 아닌 전장 부품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 시장은 지난해 542억달러(약 63조원)에서 오는 2025년 1,864억달러(21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나 현대모비스 등 주요 기업들이 전장 사업을 육성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만은 미래 자동차에 필요한 부분들을 사업 영역으로 모두 커버하고 있다. 스피커에서부터 내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넥티비티 세이프티, 보안 등으로 사실상 전장 사업 전 영역에 참여하고 있다. 매출의 65%가 전장 부문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 24%로 글로벌 시장 1위, 텔레매틱스는 점유율 10%로 세계 2위의 선도업체다. 하만은 특히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에서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달러(28조원) 규모의 수주잔액을 보유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의 특성상 기능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주요 차량 브랜드의 80%가 하만 제품을 쓰고 있어서 성장 가능성도 크다.
하만은 최근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와 커넥티드카 연구에 나섰고 에어비퀴티와도 협업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와는 음성인식 스피커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인도에는 라이프스타일 연구 소프트웨어 센터를 짓는 등 미래 사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만은 단순히 스피커 회사에서 전장사업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이미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차량에 들어가는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의 글로벌 선두기업인 하만을 인수해 전장사업 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완성차 제작 경험이 없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60년에 가까운 하만의 기술 노하우를 수혈한 것 역시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과 구조나 형태 자체가 다르고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완성차 경험이 없는 삼성전자에는 약점이었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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