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분기 1조2,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3·4분기에도 1,000억원이 훨씬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특별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조선업계에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회계 기준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감사를 벌인 탓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글로벌 조선 경기 침체 영향으로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신규 수주가 뒷받침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3·4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3조53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4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14일 밝혔다. 직전 분기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계속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실적 부진의 원인을 회계법인의 엄격한 회계 감사 탓으로 돌렸다. 회사 실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도 냈다. 회사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인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상선분야 비중이 높아져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접근 탓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이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를 위해 협의 중인 합작법인에 대해서도 지분 투자 규모와 시기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전액 손실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이 같은 해명에도 실적 부진의 근저에는 초라한 수주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탱커선 6척과 LNG 운반선 2척, 특수선 2척 등 총 13억달러를 수주한 게 전부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올해 수주액을 35억달러로 예상하고 자구계획을 짰지만, 실제 수주는 3분의1에 그칠 전망이다.
1조원의 유동성 확보 문제가 달린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도 지연되고 있다. 애초 지난 6월과 7월 인도 예정이었던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 프로젝트는 결국 연말까지 미뤄진 상태다.
이 때문에 당장 급한 유동성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4월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에 해외 선주들로부터 당겨 받은 인도 대금 등 보유 현금을 통해 만기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해 11월까지 회사채가 줄줄이 만기를 맞는다. 내년 11월까지 만기를 맞는 회사채는 9,400억원에 달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내년 50~60억달러 수준의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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