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트럼프 당선이라는 예상밖의 결과가 나오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단타 매매에 불타올랐다.
9일 코스피지수가 1,931까지 떨어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국내외 증시의 급등락에 대한 투기심리가 작용하며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로 몰려들었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인버스(114800) ETF는 7,293만3,329주가 거래됐다. 전일(756만7,833)보다 10배, 최근 1개월 평균 거래량(1,157만9,625주)보다 6배나 많은 규모다. 당초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면서 인버스 ETF 거래량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늘지 않았다. 오전장에서 코스피의 상승에 베팅을 하는 레버리지 ETF의 거래량이 인버스 ETF의 3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클린턴 후보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인버스 ETF 거래량으로 급증했다. 한 ETF 투자자는 “아시아에 이어 9일 밤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할 것”이라며 “10일 오전까지는 인버스 ETF를 보유하고 있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달러 ETF도 거래가 급증했다. 키움자산운용의 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이날 거래량이 올 들어 최대인 269만2,758주를 기록했다. 이은행 키움자산운용 부장은 “트럼프 우세의 영향으로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155원까지 뛰자 달러레버리지 ETF로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금 ETF도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골드선물레버리지’는 오늘 37만5,113주 거래돼 최근 1개월 평균(2만5,800주)의 15배가량 급증했다.
시장이 급락 후 급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투기적인 ETF 거래도 늘었다. 이날 하루 삼성자산운용의 KODEX레버리지 ETF의 거래량은 9,174만4,435주에 달했다. 이날 거래량은 최근 한 달 동안의 일평균 거래량 1,666만여주보다 5.51배나 많을뿐더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가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월24일(97,79만8,405주) 이후 최대다. KODEX레버리지는 코스피지수 상승분의 2배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TF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우세하면서 증시가 하락했지만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해외 레버리지 ETF로도 자금이 몰렸다. ‘KODEX China H 레버리지’는 이날 69만8,980주가 거래됐다. 최근 1개월 평균 거래량은 하루 18만6,599주다. 최근 평균 거래량이 하루 5,031주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S&P500레버리지’도 9일 하루에만 19만6,500주가 거래됐다.
ETF는 수수료가 평균 0.35%로 저렴한 데다 증시에 상장돼 종목처럼 사고팔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선 등의 이벤트에 맞춰 단타 매매가 급증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팀 부장은 “단타 ETF 매매는 주로 개인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지만 방향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더욱 위험도가 높다. 맞을 땐 크게 벌지만 틀릴 때도 크게 잃는 상품 특성 때문이다. 기관들도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
/유주희·김연하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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