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치 리스크에 불안감을 느낀 자산가들이 뭉칫돈을 안전자산에 초단기로 운용하면서 이달 들어 단 4일 만에 머니마켓펀드(MMF)에 순유입된 자금이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 상황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데다 미국 역시 대선이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외 경제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국내외 정세가 어디로 튈지 미지수인데다 미국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자산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MMF 순자산총액은 123조6,415억원으로 이달 들어 4일 만에 9조7,417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결정 이후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8~9월 17조원 넘게 순유출을 지속했지만 지난달 5조원 이상 늘며 반전했다. 국내에서는 국정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미국 대선도 예측 불허의 양상을 보이자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돼 단기 안전자산으로만 자금이 쏠리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MMF뿐 아니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의 자금 유입도 두드러지는 모습이며 이밖에 만기 도래한 투자자금을 만기 3~6개월 이내의 정기예금이나 6개월 조기상환이 가능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단기운용 수단으로 굴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에 따르면 단기성 대기자금이 들어오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313조5,284억원을 기록해 한달 새 2조6,5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의 284조7,789억원에서 10.1% 증가한 액수다. 특히 이 중 자산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MMDA는 한달 새 2조1,217억원 늘어 전체 요구불예금 증가분의 80.1%를 차지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대내외로 워낙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 자산가들 사이에서 당분간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며 “올 들어 투자금이 집중됐던 달러도 환율이 최근 다소 오르면서 안정성 위주로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권형·박민주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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