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해외 분산 투자로 위험 관리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낮은 비용과 세제 혜택까지 얻을 수 있는 글로벌 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전 세계 각국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세계 증시에 상장된 ETF는 약 4,500개에 이르고 미국 시장에만 1,700개가 넘는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시장 대표지수는 물론 하루 지수 변동 폭의 3배 수익을 돌려주는 레버리지 3배 ETF, 곡물 ETF, 희귀 금속 ETF 등 국내에 없는 상품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한 계좌를 개설하고 계좌에 원화를 입금한 뒤 투자 대상국의 현지 통화로 환전하면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해외 주식(ETF 포함)은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CHINA AMC CSI 300 INDEX ETF’였다. 연초 이후 거래 대금이 9,549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유가 하락 시 낙폭의 3배 수익을 내는 ‘VS 3X INV CRUDE Oil ETN(상장지수증권)’과 유가 상승 시 3배 수익을 내는 ‘벨로시티셰어즈 3X LONG CRUDE’ 등이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면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하기 때문에 세금 절약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할 때 내는 세금은 매매차익의 15.4%다. 만약 금융소득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매매차익의 최대 41.8%까지 세금으로 내야한다. 반면 해외 상장 ETF는 수익의 25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 22%를 내면 돼 고액자산들은 적용 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현지 통화로 환전해 투자한다는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 환율이 요동칠 때는 주가 변동 손익보다 환율 변동 손익이 훨씬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별로 증시 거래 시간이 다르고 종목별로 거래 단위가 다른 경우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는 게 낯설고 어렵다면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국내 상장 해외 ETF에 투자해볼만 하다. 현재 해외 투자 ETF는 70개로 올해만 15개가 신규 상장했다. 투자 자산은 물론 일부 선진국과 중국(홍콩 포함)에 국한됐던 투자 국가도 넓어지고 있다. 일명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의 첫 대문자로 만든 신조어)’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신흥아시아 투자 ETF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차이넥스트(ChiNext) 시장에 상장된 A주에 주로 투자하는 ETF도 신규 상장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선강퉁(선전-홍콩 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행 시 차이넥스트 시장은 기관투자가에게만 우선적으로 허용할 계획인데 이번 ETF를 통해 일반 투자자도 간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 기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상장 해외 ETF는 ‘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H)’로 40.7%를 기록했다. 올 들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값이 뛰어오르면서 금 관련 상품 ETF가 수익률 상위 5개 중 4개를 차지했다. 이밖에 ‘TIGER라틴(38.54%)’, ‘TIGER이머징마켓레버리지(합성H)(15.43%)’, ‘TIGER차이나A인버스(합성)(13.1%)’ 등 신흥국 투자 ETF가 좋은 성과를 보였다.
또 연초 도입된 해외주식투자 전용계좌를 활용하면 비과세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이 계좌는 해외 상장주식 투자비중이 60% 이상인 펀드에 투자할 경우 10년 동안 해외주식 매매, 평가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면제해준다. 다만 해외주식 실물이 아닌 장외파생상품(스왑)을 통해 운용되는 합성 ETF의 경우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신흥국 투자 ETF는 시장 특성상 실물 투자가 어려워 합성 상품이 대다수”라며 “과세 특성은 물론 기초자산 성과와 운용성과 간 괴리(추적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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