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순실 게이트’에 미국 대선까지 겹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우리나라 거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정치를 의미하는 영어 폴리틱스의 앞 글자를 따 ‘P의 공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서울경제신문 경제정책부 이태규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태규 기자!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국내만 보면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자리가 애매해졌습니다. 최근 청와대는 유일호 부총리 후임으로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는데요. 청와대와 야당의 갈등이 갈수록 꼬여가면서 인선 절차에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유 부총리 입장에서는 이미 후임자가 발표된 마당에 주도적으로 경제팀을 이끌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렇다고 임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날짜도 잡히지 않았는데 전면에 나서서 경제팀을 지휘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경제 수장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까지 경제를 챙기겠다고 밝히면서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들은 도대체 누구한테 보고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제 내일이죠. 미국 대통령 선거도 예정돼 있지 않습니까? 역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국내만 놓고 봐도 혼란이 극에 달해 있는데 미국 대선까지 치러집니다. 설상가상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득세하면서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일단 힐러리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긴 합니다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단기적으로 메가톤급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한미 FTA 재협상, 주한 미군 철수 등 급진적 발언을 해 왔는데요. 실제 재협상이나 미군 철수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한국 제품 수입 제재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추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됩니다. 힐러리 후보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색채를 드러내고 있어 역시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앵커]
예. 미 대선이 내일 치러지고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내일 모레죠. 9일 오후 쯤 나올 텐데요. 우리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힐러리 후보가 당선된다면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2~4% 가량 오르고 국내 증시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뉴욕 증시가 최대 13%나 빠지고 국내 증시도 단기적으로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입니다. 현재 달러당 1,140원대인 환율이 1,18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밝힌 급진적인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아 증시가 곧 ‘V’자로 반등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또 트럼프 후보는 재정확대 정책을 펴고 저금리 기조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 시계에서 내년 코스피에는 긍정적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경제 여건이 좋아도, 이런 불확실성은 심각한 타격을 줄 텐데요. 우리 경제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쳤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어떻습니까?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실물경제를 대표하는 3대 축이 생산, 소비, 투자인데요. 9월 수치가 모두 전월대비 뒷걸음질쳤습니다. 이 세 지표가 일제히 감소한 것은 8개월 만입니다. 특히 그동안 경기를 지탱해온 게 바로 소비와 건설 부문인데요. 소비는 5년 7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했고 건설시장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36%나 급감했습니다. 국가부도위험을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은 어제까지 9거래일 연속 올라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앵커]
암울한 상황인데요. 해결책은 없습니까
[기자]
우선 애매한 경제부총리부터 누가 할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유일호 부총리도, 임종룡 내정자도 아니어서 자리가 붕 떠 있는 상황입니다. 여야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임종룡 내정자부터 부총리에 임명해 정책을 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아니면 여야가 중지를 모은 제3자를 하루 빨리 경제부총리에 앉혀 경제팀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래야 당장 미 대선 이후 급속하게 돌아가는 국제경제 판세에 동참할 수 있고 경기 하방 압력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최순실 게이트’와 미국 대선 등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에 대해 서울경제신문 경제정책부 이태규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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