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동반 부진에 빠진 사이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등 국내 공장을 가동하는 외국계 회사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신차 효과와 할인 혜택을 앞세운 두 회사는 지난달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벤츠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와 외국계 회사들 사이에 포위되는 모습이다. 곧 나오는 신형 그랜저를 통해 대반전을 이루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위기가 생각보다 깊고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나 급증했다. 중형 세단 SM6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가 연타석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총 1만3,254대를 판매했다. SM5가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 2010년 6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최대 실적이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판매 기록이다. SM6와 QM6는 각각 5,091대와 4,141대가 판매되는 등 총 1만대 가까이 팔리면서 현대차의 쏘나타와 싼타페 등을 위협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0년 6월은 현대차의 판매 실적이 34.9%가량 감소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달 30%가 넘는 현대차의 판매 실적 추락이 장기 파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해온 현대차이지만 경쟁력 있는 신차로 맞서지 못할 경우 경쟁사에 크게 위협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 역시 회사 출범 이래 최대 10월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GM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만6,736대를 내수에서 팔았다. 120만원의 현금할인 등 공격적인 판매 조건을 내건 경차 ‘스파크’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한 판매고를 올린 덕분이다.
현대·기아차도 할인 판매를 통해 실적 충격을 다소 완화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정부가 주도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통해 1만대와 5,000대의 재고를 각각 소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아니었으면 내수 판매 충격을 더욱 컸을 것”이라며 “남은 2개월 동안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이달 중순 출시되는 신형 그랜저를 앞세워 4·4분기 반등을 노린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그랜저HG의 판매량이 풀체인지 모델 판매를 앞둔 만큼 3,000대 수준으로 줄었지만 신형 그랜저의 시장 기대감이 높아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올해 이렇다 할 신차가 남아 있지 않은 기아차는 할인 정책을 통해 하반기 안방 시장을 사수한다. 기아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통해 얻은 판매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이달부터 ‘기아 세일 페스타’를 진행한다. 이 행사를 통해 총 12개 차종을 최저 2%에서 최대 10%까지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기아차는 이번 기아 세일 페스타에서 지난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보다 대수를 2배로 늘려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또한 K3, K5,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요 차종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높였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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