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1년까지 7,400억원을 투자해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을 역사 교과서 현장으로 만든다. 이를 위해 개발하기 전에는 반드시 유적 분포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하는 제도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역사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1일 발표했다. 시가 ‘2,000년 역사도시’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데는 유구한 역사에 비해 시민의 인식이 부재하고, 적잖은 역사문화자원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이 훼손돼 복원·보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 서울을 한성백제 이후 2,000년 역사도시라고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5%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55.9%)는 서울 역사를 600년 역사로 인식하고 있거나 아예 ‘잘 모른다’(22.3%)라고 답했다. 조선왕조 이전의 서울의 역사성을 시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에 서울시는 역사·도시계획 등 전문가 25인으로 구성된 ‘역사도시 서울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총 48차례 회의를 거친 후 ‘역사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발굴과 보존이다. 이를 위해 개발 전 대상지에 유적 분포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지표조사 공영제’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한양도성 밖 약 4㎞이내에서 하고 있다. 기존 개별 사업자가 하던 지표조사도 서울시 예산을 활용한 일괄 조사로 바꿔 갑작스러운 유적 발굴로 인한 사업 지연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풍납·몽촌토성 등 한성백제유적은 그 발굴 과정을 현장박물관으로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또, 공공정책이나 민간사업이 역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역사문화영향평가제도’를 만들고, 여러 기관에 분산된 기능을 통합해 ‘문화재 보존과학센터’(가칭)도 설립할 예정이다. 생활유산, 민요, 봉제, 공예 등 테마 발굴관 13곳도 2020년까지 차례로 문을 연다. 음악·무용·연극 등 무형유산을 연구하는 서울무형유산센터(가칭)와 역사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서울역사연구원’도 만든다. 한성백제유적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확장 등재하기 위해 부여, 공주 등 도시들과 협력하고 중국 베이징 등 도시들과 다자간 협의체도 구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부터라도 서울 역사문화자원을 제대로 발굴, 보존, 활용해야 한다”며 “교실이나 강의실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교육 못지않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기본 계획을 토대로 역사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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