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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뛴 물가...체감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

지난달 소비자물가 1.3% 올라

장바구니물가는 27개월래 최고

배추143% 폭등 한포기 5,000원

경기하강국면에 소비침체 우려





전업주부 박모(44)씨는 지난주 말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사려다 한 포기에 5,000원이라는 가격표에 몇 번이나 망설였다. 지난해 이맘때 배추 포기당 가격은 2,600원 수준이었다. 박 씨는 “김장철에는 ‘금배추’라더니 올해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주머니는 가벼운데 물가가 너무 오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배추는 지난 9월에는 폭염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한 포기에 1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의 충격,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으로 4·4분기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장바구니 물가(생활물가지수)가 뛰고 있다. 그동안 물가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경제에 부담이 됐다. 하지만 경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타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소비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일종의 ‘체감경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올랐다. 올해 2월 1.3%를 기록한 후 8개월 만에 가장 상승폭이 컸다.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농축수산물이었다. 지난해보다 8.1%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를 0.60%나 끌어올렸다. 9월 상승폭인 10.2%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은 10.3%,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1%, 5.3% 상승했다.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0% 올랐다. 2014년 7월(1.4%) 이후 27개월 만에 최고치다. 채소·과일·생선 등의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15.4%나 뛰었다. 세부 품목별로는 폭염의 여파로 배추(143.6%), 무(139.7%) 등이 100% 이상 급등했다. 배추는 9월(198.2%)을 제외하면 3년8개월 만에, 무는 5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빵(4.6%), 스낵과자(5.9%), 장난감(8.2%), 아파트관리비(3.9%) 등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들은 지난 1년 동안 대부분 올랐다.

서민들을 어깨를 짓누르는 장바구니 물가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맥주 가격이 2012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6% 인상되고 콜라·환타가 5%씩 오른 데 이어 라면 가격까지 상승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제조업체들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2011년 이후 가격이 오르지 않은데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등 원가 압박 요인 등으로 인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생산·투자·소비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마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으면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가 나쁘면 물가가 하락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내외 악재에 복합 불황을 염려하는 상황인데 물가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한쪽 방향으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정책 대응 수단이 떨어진 정부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김장철 채소 수급안정대책 4일경 발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 커질 듯



정부는 수급에 따른 물가 변동폭이 큰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아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배추·무 등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뛴데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김장 채소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해 4일께 발표할 계획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에서 비축하고 있던 물량을 풀어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등 주요 채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를 철저히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관리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의 향방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1·4분기 배럴당 50.1달러에서 올해 1·4분기 30.1달러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2·4분기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10월 현재 49.1달러까지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로 공급 측면의 하방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반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1·4분기 국제유가가 바닥을 기었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내년 1·4분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물가 하락에 영향을 준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앞으로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물가안정목표제 설명회에서 “올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으로 높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2%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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