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 업계 1위 업체인 쌍용양회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대 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채권단) 측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채권단 보유 지분 46.14%를 전량 인수할 테니 공개매각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태평양시멘트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공개매각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분류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쌍용양회 2대 주주(32.36%)인 태평양시멘트는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 46.14%에 대한 구체적인 인수 가격과 조건을 담은 주식매매제안서와 주식매매계약서(SPA) 초안을 전날 채권단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태평양시멘트 측은 이번 인수의 전제 조건으로 22일로 예정된 쌍용양회 매각 본입찰 등 공개매각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태평양시멘트 측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쌍용양회 주가(주당 1만5,000원선)를 상당히 웃도는 수준의 인수 가격을 채권단 쪽에 제시했다"며 "이번 제안은 본입찰 전날인 21일까지 유효하며 이 기간 내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우선매수권 확인 소송 외에 입찰절차 중지를 위한 법적 조치 등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입찰을 목전에 두고 태평양시멘트가 인수 제안과 추가적인 법적 조치 등 최후 공세에 나선 것은 쌍용양회 경영권을 놓고 채권단과 벌이고 있는 공방의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채권단이 추진 중인 공개 매각을 통해 제 3자가 쌍용양회 경영권을 획득할 경우, 태평양시멘트 입장에서는 이에 대처할 만한 '카드'가 없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6월10일 태평양시멘트의 쌍용양회 우선매수권 실효를 결의하고 공개매각을 선언했으며 이에 태평양시멘트는 법원에 우선매수권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령 법원에서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 지위를 확인해주더라도 패소한 채권단은 이에 대한 손해배상만 해주면 끝"이라며 "이미 제 3자로 넘어간 채권단 지분에 대해 다시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인수전에서 유일하게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한앤컴퍼니의 존재도 태평양시멘트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본입찰을 닷새 앞둔 지금 업계에서는 이번 쌍용양회 매각 본입찰에 한앤컴퍼니가 '단독' 입찰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쌍용양회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어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정보 접근이나 인수가 책정 등의 측면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쌍용양회 매각은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한앤컴퍼니가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해도 유찰되지 않는다.
실제 당초 한앤컴퍼니와 '3강 구도'를 이뤘던 유진그룹과 한일시멘트 측은 인수 후보자 간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이번 인수전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더불어 초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예비실사에 참여했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IMM PE 등은 2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와의 경영권 분쟁,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과징금 부과 등의 악재에 이미 매각 초기 인수 의지를 접었다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적격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추산이 불가능한 공정위 과징금과 인수 이후 태평양시멘트와의 '불편한 동거'에 따른 리스크로 쌍용양회의 기업가치 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제 과열 논란이 일었던 동양시멘트 매각 때와는 달리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간의 합종연횡과 같은 구체적인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권단을 대표해 이번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은은 태평양시멘트의 최후통첩에 일절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22일 본입찰 등 매각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태평양시멘트 측이 주장하는 법적인 쟁점들은 추후 법정에서 가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박재원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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