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은 지금까지 중국산 소재(원료)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국내 소재로 만든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우리나라 식물인 현호색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내 동아제약에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이를 통해 연간 6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생물자원 이용으로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나고야 의정서에 대응할 수 있는 정공법이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31일 “나고야 의정서로 국내 바이오 기업의 부담은 최대 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자원을 찾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 소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투트랙 지원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동아제약 건 외에 캄보디아와 공동연구로 현지식물의 미백효과를 밝힌 뒤 이를 한솔생명과학에 전수해 최근 기능성 화장품이 나오는 성과를 냈다.
나고야 의정서는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이다. 9월 중국이 나고야 의정서를 발효시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화장품 업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본지 9월12일자 1·3면 참조
백 관장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려면 상대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고 추가로 제품판매 이익도 나눠야 해 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전통의약 지식의 80%가 중국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해외 생물의존도가 70%에 달한다”며 “수입자원 대체와 해외소재 개발 사례를 꾸준히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자원관은 국내 기업의 해외 자원 수입통계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연내 나고야 의정서 비준이 목표인데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백 관장은 “국회에 제출된 유전자원 관련 법률이 통과되면 이를 근거로 국내 기업의 해외 생물자원 이용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나고야 의정서를 잘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 다음달 자원관에서 ‘생물자원 컨퍼런스’도 연다. 백 관장은 “나고야 의정서 대응책을 공유하고 산업계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자리”라며 “앞으로 4년간 우리나라에 있는 생물 1만4,000종을 추가로 발굴해 나고야 의정서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천=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