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파’ 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임을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회의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 여야의 대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개헌의 걸림돌이 아닌 개헌의 기폭제”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7일 ‘국가운영체제와 개헌’이라는 주제로 열린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최근 국가적 혼란 속에서 지금 개헌 얘기하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이 된다”면서도 “작금의 상황은 오히려 왜 개헌이 필요한지 반증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의 한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정세균 의장은 “개헌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특정 권력이나 정파의 이해에 의해 추동돼선 안 될 것”이라며 “권력이 주도하는 개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주장해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최근 발생한 엄청난 사태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면 가능했겠느냐”면서 “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나라가 어떤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 정치체제가 지금 행태로 작동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누구 혼자의 힘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가 서로 협력하고 화합하는 정치체제로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분권형 개헌을 내세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역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은 5년에 한 번씩 꼭 보던 일”이라며 “과거에는 핏줄이 국정을 농단했고 이번에는 피보다 진한 물이 농단했을 뿐”이라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사회는 민주화됐는데 정치는 지리멸렬한 방법으로 독재해왔다”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생기지 않도록 ‘권력 분산형’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는 근본적으로 제도의 실패 문제”라며 개헌의 방향은 “생활개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뽑은 국회가 하루빨리 개헌특위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 사건을 목도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와 폐해가 너무도 명백함을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개헌의 걸림돌이 아닌 개헌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를 희석시킨다든지 관심을 딴 데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야당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설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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