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지난해 14.6%로 미국(8%), 영국(9.2%), 독일(9.7%), 프랑스(11.7%)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설자본 양(stock·스톡)은 이미 GDP의 2.8배로 미국 등 주요7개 선진국 평균치였다. 즉 건설자본이 선진국만큼 쌓였는데도 건설투자가 여전히 많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라 주택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준공물량은 지난 2015년 46만가구, 2016년 52만가구 등이 쏟아지면서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 주요 주택수요층이 줄고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건설업체 파산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 건설업 투자조정에 실패하면서 공가율(전체 주택 수 대비 빈집 비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 급락하는 경험을 했다.
양적으로만 팽창한 건설투자는 생산성도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2008년 말과 비교해 제조업(14.1%), 도소매업(7.9%)은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이 개선된 반면 건설업은 되레 17.9% 급락했다. 기계장치 등 투자규모 역시 GDP 대비 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5%)에 턱없이 못 미쳤다. 사회기반 설비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SOC투자가 이어지면서 2000년 이후 완공된 SOC투자 중 실수요가 예측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업이 55%나 차지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건설투자가 성숙단계에 이른 만큼 증가 폭을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나은 한은 결제연구팀 과장은 “경기부진에 대응해 건설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사전에 필요성이 확인된 유지보수 분야를 중심으로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건설경기 호조로 건설업체의 부실위험이 다소 개선된 만큼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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