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 못지않게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꽃이다. 잠깐 숨 돌리는 사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 느끼는 덧없음”
꽃이 지는 끝에 가장 화려한 순간을 시로 표현하고, 이를 2016 가을 컬렉션으로 만든 브랜드가 있다. 바로 ‘TARGETTO(이하 타게토)’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 재단이 주관하는 패션 마켓에 숨은 강자다.
타게토는 TARGET(목표, 과녁) + GET TO(···에 이르다, 맞닿다)의 합성어로 ‘목표에 이르다’ ‘과녁을 맞추다’ 등을 의미한다. 타게토는 미니멀하고 정제된 밸런스와 미묘한 포인트를 유니크하게 승화시킨다. 여기에 모던을 기반으로 Classic Mannish와 Contemporary Casual의 두 가지 콘셉을 혼합한 중성적인 듀얼코드 룩을 지향한다.
타게토만의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이너가 직접 임가공 한 아이템으로 모든 의류의 패턴·샘플링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타게토의 김인기 대표 겸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일까? 한복디자이너인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릴 적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옷을 직접 만들어 입을 정도로 의류에 대한 열정과 솜씨는 있었으나, 혼자 옷을 만드는 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전문 교육을 위해 라사라패션전문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서 김 대표는 수업시간 외에도 매일 패턴과 샘플링 작업을 반복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기술을 익혔다.
김 대표의 본 모습은 2013년 종편에서 진행한 패션서바이벌 프로그램 ‘TOP DESIGNER(탑 디자이너) 2013’에서 TOP4를 차지하며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탑 디자이너 출품 당시 심사의원들은 김 대표를 가리켜, 봉제테크닉이 좋고 실루엣을 잡는 직관이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경쟁자들이 핀을 꽂고 선을 그릴 때, 도구에 의지하지 않은 채 직관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솜씨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여기에 자신감을 얻고 2014년 패션 두타에 첫 매장을 냄과 동시에 여성복브랜드 타게토를 런칭하게 됐다.
타게토는 디자인성과 대중성을 고려해 베이직 라인과 유니크 라인을 따로 운영한다. 사업 초기 작품성을 고집하면서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베이직 라인에서는 한끝 차이 포인트로 차별화해 대중성을 좋아하는 고객에 어필하고, 유니크 라인에서는 트렌디한 옷을 자수 등으로 표현하여 마니아층에 어필했다. 한때 경제적 어려움을 격기도 했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올해의 경우 여름시즌에 비해 가을시즌 매출이 3~4배까지 급신장했다.
이제 기반을 닦은 타게토는 국내 패션시장에 강자로 서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우선 기존 오프라인 편집숍 중심에서 탈피, 온라인 영역 확대를 위한 새로운 디렉터를 영입했다. 지금까지는 주 고객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이었지만 타겟 연령층을 20대 초반으로 조정하기 위한 브랜드 리뉴얼도 단행했다.
김인기 대표는 타게토의 2017년 매출을 올해 보다 2배 이상의 신장을 자신한다. 그리고 5년 안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컬렉션에 메인 패션업체로 당당히 참여한다는 당찬 목표도 가지고 있다. 정성들여 간 긴 칼을 품고 세상 벨 때를 기다리는 자심감이 엿보인다.
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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