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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증시 '버핏전략' 더이상 안통한다"

'가치투자=장기투자' 공식 깨져

낮은 매매회전율 수익률엔 毒

펀드 회전율 200%대로 높아져





변동성이 높은 박스권 증시에서 펀드들이 장기투자보다는 탄력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운용철학’을 고집하며 손바꿈 빈도(펀드 매매회전율)을 낮췄지만 낮은 회전율이 오히려 수익률에 독이 됐다는 평가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2·4분기 기준 48개 자산운용사의 국내 투자펀드 매매회전율은 평균 201%로 나타났다. 통상 200%을 웃돌던 회전율은 지난해 말 170%로 지난 2010년 집계 이후 처음 200% 밑으로 내려갔지만 6개월 만에 다시 200%를 넘어섰다. 매매회전율은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회전율이 100%면 해당 기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한 번씩 팔고 다른 주식으로 교체했다는 의미다.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펀드가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도 많아진다. 펀드자산에서 빠져나가는 비용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펀드 매매회전율은 그동안 낮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잦은 매매가 펀드 가입자의 비용부담을 늘려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증시가 대내외 변수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자 낮은 회전율은 오히려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치투자=장기투자’라는 논리가 군색해진 것이다. 장기투자 전략을 내건 메리츠자산운용의 매매회전율은 18%다. 메리츠의 대표 상품인 ‘메리츠코리아’펀드에 대입하면 1조5,000억원의 자산 중 1년 동안 사고판 금액이 3,000억원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나머지 1조2,000억원은 ‘매수 후 보유’ 전략으로 운용됐다. 안정적인 투자전략으로 보이지만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 메리츠코리아펀드는 가만히 앉아 연초 이후 12일까지 -16.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박스권에서 변동성까지 커진 국내 증시에서 장기투자 전략은 인기를 잃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주 위주로 움직인 증시는 환율과 대외변수에 예민하다. 이 때문에 민첩하고 적절하게 주식을 사고판 펀드 수익률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유경PSG자산운용은 매매회전율이 224%에 달했지만 올해 수익률은 10.82%로 가장 높았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전율이 너무 높으면 거래비용이 많이 들게 돼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수익률이 낮은데도 낮은 회전율을 고집하는 것은 펀드매니저의 안일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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