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저소득층 아이들을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린다. 이 그림들을 활용해 넥타이와 스카프를 만든다. 판매수익금 중 일부는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지원사업에 쓴다. 사회적 기업 그림타이 이야기다.
그림타이는 올해 설립된 지 4년 된 1인 벤처기업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권금영(23) 대표다.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취업준비에 몰입할 나이에 어떻게 회사를 창업하게 된 걸까.
권 대표는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대학교 1학년 때 봉사활동을 갔는데 그때 저소득층 아이들의 꿈을 알게 됐다”며 “봉사활동 외에 그들을 지원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고 (그림)재능을 살려 회사를 운영해 보기로 했다”고 창업 과정을 설명했다.
창업 초기 공장 찾기 하늘별따기
‘선도벤처’ 선정 판로 등 큰 도움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소량생산인 탓에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을 찾았다가 문전박대 당하기가 일쑤였고 디자인 콜라보레이션(협업) 제의를 받았다가 아이디어만 빼앗긴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그는 “생산공장을 찾으려고 경기도 지역의 공장은 모조리 찾아가봤다”며 “디자인 아이디어를 강탈당했을 때는 너무 속상했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인지 큰 상처로 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아이들’이라고 그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작게나마 물질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그림타이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일지 모르는 결혼 후에도 아이 입양계획을 가슴에 품고 있다.
대기업들 고객사은품 대량 주문
백화점 입점…상반기 1억 매출
턱받이 등 패밀리 라인 확대할 것
넥타이와 스카프를 취급하는 그림타이의 제품군은 크게 두 가지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갖고 만든 기성품과 고객의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넥타이와 스카프를 만들어주는 주문제작상품이다. 이 중 저소득층 아이들 제품은 주로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이 고객사은품으로 대량 주문한다. 그림타이는 올 상반기에만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숲 언더스탠드 에비뉴에 1호 직영점이 있으며 신세계 본점과 갤러리아 수원점 등에 숍인숍이나 편집숍 형태로 입점해 있다. 바보사랑, 아트박스, 지마켓 등 온라인몰에서도 그림타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넥타이와 스카프 등 두 가지 제품에 한정돼 있는데 턱받이, 테이블웨어 같은 패밀리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문제작상품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란 희소성 탓인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부모들의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선도벤처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그림타이의 경영상황이 좀 더 안정적 궤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판로개척인데 선도벤처로 지정되면서 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다”며 “디자인 인력이 부족한 핸디캡도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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