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1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3년 연속 20위권에 머물렀다. 고질적 문제로 지목된 노동 분야가 전 세계 꼴찌 수준에 머물렀고 금융시장 성숙도도 여전히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순위가 뒤졌다.
2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6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순위는 평가대상 138개국 중 26위로 2014년부터 3년 연속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7년 만해도 역대 최고인 11위를 기록했지만 2010년 22위를 기록하며 20위권으로 밀렸다. 2012년 19위로 반등을 노리는가 싶더니 2013년 25위를 기록하며 다시 미끄러졌다. 한국에서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WEF는 1979년부터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34개의 통계와 80개의 설문으로 집계하며 설문은 자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은 것은 역시 노동 부문이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77위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6계단 상승했지만 절대순위는 여전히 세계 중위권에 머물렀다. 세부적으로 노사 간 협력 분야가 138개국 중 135위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고용 및 해고 관행도 113위였다. 정부가 여성의 일자리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90위에 그쳤다.
금융시장 경쟁력도 저조했다.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80위로 7계단 상승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우간다(77위)에 뒤졌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평가 항목 8개 중 7개가 자국 CEO 설문조사에 기반해 국가 간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우리 기업인들의 만족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구체적으로 은행 건전성이 102위, 대출의 용이성 92위, 증권거래 관련 규제가 71위 등에 머물렀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 혁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저조했다. 기업 혁신 부문은 한 계단 미끄러진 20위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기업의 혁신능력이 6계단 하락한 30위였고 과학연구기관 수준도 27위에서 34위로 하락했다.
인프라·거시지표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인프라 부문은 10위로 전년보다 3계단 상승했다. 도로(14위), 철도(9위)의 순위가 높았다. 거시경제환경은 3위로 지난해보다 2계단 올랐다. 물가상승률 1위 조건(연간 0.5~2.9%)을 충족해 인플레이션율 공동 1위를 차지했고 국가저축률도 8위로 6계단 상승했다.
전체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스위스가 차지했다. 싱가포르와 미국도 지난해와 같이 2, 3위를 지켰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일본(8위)이 높았고 홍콩이 9위, 중국은 28위를 차지했다.
기재부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금융 등 4대 구조개혁과 산업개혁의 지속 추진 및 성과 확산이 필수 과제이며 이를 위해 노동개혁 4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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