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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분도 실리도 없는 현대차 노조 ‘생떼 파업’

성행경 기자(산업부)





인터넷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아직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 ‘제네시스’라는 명차를 탄생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벤츠와 BMW, 렉서스 등보다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지만, 과거 품질 문제 때문에 생긴 부정적 인식은 아직도 현대차를 힘들게 한다.

이같은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한데는 현대차 노조의 상습적인 파업이 한 몫했다. 파업이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 국민들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간주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가까운 고임금 근로자들이 임금 더 받겠다고 벌이는 파업에 염증을 넘어 분노하는 수준에까지 다달았다. 오죽하면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이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을까.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벌인 파업만 22차례에 달한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가 직접 입는 피해도 크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협력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 파업으로 협력사들은 매일 900억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 현대차의 손실에 비해 적을 지 몰라도 협력사들은 부도를 걱정해야 할 만큼 큰 금액이다. 노조 조합원들이야 협상이 타결되면 임금도 오르고 성과급·격려금에다 재래시장 상품권과 주식까지 받아 한 몫 단단히 챙기겠지만, 협력사 임직원들은 혹시나 현대차 판매가 줄어 일감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처지다. 기막힌 현실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달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에 합의해 놓고 찬반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지난해에 비해 임금 인상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 정도 내용으로도 교섭 타결 후 약 1,8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이 기존 기본급 인상액에서 2,000원을 더 얹어주겠다고 했으나 노조는 걷어차고 더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생떼 수준이다.



단순히 요구 수준이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장시간 협상을 하면서 얻어낸 결론을 조합원이 반대했다고, 임금을 또 다시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신의를 완전히 버리는 일이다. 정말 새로운 협상을 하고 싶다면 기존 협상을 했던 집행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한다. 합의를 했던 인물들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너무 뻔뻔하다.

2010년대 들어 질주하던 현대차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악전고투하면서 8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 줄고 영업이익률도 2011년 10.3%에서 올 상반기 6.6%까지 떨어졌다. 회사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니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파업을 무기로 올린 임금은 노조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고임금 구조와 강성 노조 때문에 회사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서 현대차의 국내 생산 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노조가 버티고 있는 한 국내 공장은 돌아가겠지만 한국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망가질 것이다. 이미 부품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문을 닫는 공장이 늘고 있다. 내년은 현대차 설립 50주년이다. 반세기를 넘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까. 현대차 노조의 행태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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