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태 해결의 수위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전달했다고 그룹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사과를 했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 등 역시 피해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줬다.
삼성 계열사의 한 사장은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을 거치면서 삼성이 버텨온 힘은 ‘신뢰’라는 것이 오너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역시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룹에서는 특히 미국 등 각국 정부가 노트7의 사용정지를 권고하면서 자칫 삼성 제품 전반으로 문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과거 도요타 리콜 사태의 수습 방식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차량 급발진 사태로 960만대를 리콜 조치하고 창사 이래 최대인 4,600억엔(약 5조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 전격적으로 오너 경영체제를 도입하면서 해법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창업자 가문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대표가 1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신속하고 전략적인 결단으로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오너 가문이 경영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도요타가 시장점유율을 내주는 상황에 처했지만 오너 가문의 신속한 대처로 도요타는 짧은 시일 안에 정상 자리를 회복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노트7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훼손당하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7 리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이사회 멤버로서 책임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에 있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을 경영 전면에 등장시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