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 수상자인 노용영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인쇄전자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인쇄전자 기술 중에서도 ‘바코팅(bar-coating)’이라는 공정으로 잉크와 바가 함께 움직이며 기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코팅하는 것이다. 바코팅은 용액공정용 고분자·단분자·카본나노튜브·산화물 등 거의 모든 재료와 호환성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관건은 잉크를 얼마나 미세하고 정확하게 정렬하느냐였다. 노 교수는 기존 30~100㎚보다 훨씬 얇은 1~2㎚ 두께로 잉크를 정렬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잉크가 특정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인쇄되는 ‘자기정렬 패터닝’ 기술도 개발했다. 노 교수는 “무엇을 잉크 재료로 쓰느냐에 따라 유연 트랜지스터·전자회로 등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정보다 성능은 최대 10배가량 높으면서 제작 비용은 10분의1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노 교수는 이 같은 혁신기술을 ‘투명 유연 암모니아 가스센서’를 만드는 데 처음 적용했다. 이 가스감지 센서는 1ppm의 가스를 감지하는 수준인데 50ppm 수준인 기존 센서보다 감도가 50배나 높다. 노 교수는 “2012년 구미의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사상자가 발생하고 인근 지역 주민이 큰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감도 가스 센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손쉽게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센서 개발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성능시험’을 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라며 “불산·황산 등 유해가스를 감지해볼 수 있는 표준화된 시험시설이 없고 그렇다고 대학 실험실에서 유해가스를 측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유연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센서인 만큼, 가령 옷감에 센서를 새기는 방식을 쓰면 궁극적으로 가스 센서가 되는 작업복을 만들 수 있다. 작업복 자체가 가스 센서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실내 공기에 섞여 있는 유해가스를 잡아내거나, 특정 질병에 걸리면 나오는 가스를 감지하는 의료용으로 쓸 수 있는 등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또 꼭 가스일 필요도 없다. 심전도·맥박·혈중산소포화도·뇌파·근전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센서는 모바일 헬스케어에 적용 가능하며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사물인터넷(IoT) 역시 응용이 가능한 분야”라고 전망했다.
노 교수는 “‘200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인쇄전자 기술이 휴대성을 크게 높인 웨어러블 기기에서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연구를 시작했다”며 “전자기기의 휴대성은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것이고 인쇄전자 기술은 웨어러블은 물론 생체이식까지 확장되는 기술의 흐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쇄전자는 국내 전자 분야를 차별화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 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반도체를 예를 들면, 인류는 더 이상 실리콘 칩의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없다. ‘누가 더 빠른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느냐’하는 경쟁도 이제는 무의미해졌다”며 “가격 측면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리보다 한참 앞섰다. 이제는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바코팅’ 방식으로 가스 센서를 만드는 방식을 나타낸 예시. 반도체로 구성된 잉크를 기판 위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 소재가 유연한 만큼 플렉시블·웨어러블 기기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노용영 교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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