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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노용영 동국대 교수, 초정밀 인쇄전자 기술 개발...신문 찍듯 옷에 센서 새긴다

플렉시블 소재에 전자잉크 도포

'바코팅 공정' 1㎚ 수준까지 높여

성능 10배 높이고 제작비는 1/10로

'투명 유연 암모니아 센서'에 첫 적용

유해가스 감지 작업복 개발 길 열어

웨어러블기기서 헬스케어·IoT까지

잉크 재료 따라 응용분야 무궁무진

‘플렉시블(유연한) 소재’는 최근 전자 분야에서 주목도가 매우 높다.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을 이루는 각 부품은 소재 자체가 고체여서 딱딱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는데 유연한 전자 소재 개발은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지난 1990년대 아예 전자 소재를 잉크 형태로 만들어 인쇄하는 인쇄전자 공법이 등장했다. 소재를 입히는 기판으로 플라스틱·섬유처럼 유연하면서도 값싼 재료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신문 인쇄 방식으로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 수상자인 노용영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인쇄전자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인쇄전자 기술 중에서도 ‘바코팅(bar-coating)’이라는 공정으로 잉크와 바가 함께 움직이며 기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코팅하는 것이다. 바코팅은 용액공정용 고분자·단분자·카본나노튜브·산화물 등 거의 모든 재료와 호환성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관건은 잉크를 얼마나 미세하고 정확하게 정렬하느냐였다. 노 교수는 기존 30~100㎚보다 훨씬 얇은 1~2㎚ 두께로 잉크를 정렬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잉크가 특정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인쇄되는 ‘자기정렬 패터닝’ 기술도 개발했다. 노 교수는 “무엇을 잉크 재료로 쓰느냐에 따라 유연 트랜지스터·전자회로 등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정보다 성능은 최대 10배가량 높으면서 제작 비용은 10분의1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노 교수는 이 같은 혁신기술을 ‘투명 유연 암모니아 가스센서’를 만드는 데 처음 적용했다. 이 가스감지 센서는 1ppm의 가스를 감지하는 수준인데 50ppm 수준인 기존 센서보다 감도가 50배나 높다. 노 교수는 “2012년 구미의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사상자가 발생하고 인근 지역 주민이 큰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감도 가스 센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손쉽게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센서 개발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성능시험’을 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라며 “불산·황산 등 유해가스를 감지해볼 수 있는 표준화된 시험시설이 없고 그렇다고 대학 실험실에서 유해가스를 측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유연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센서인 만큼, 가령 옷감에 센서를 새기는 방식을 쓰면 궁극적으로 가스 센서가 되는 작업복을 만들 수 있다. 작업복 자체가 가스 센서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실내 공기에 섞여 있는 유해가스를 잡아내거나, 특정 질병에 걸리면 나오는 가스를 감지하는 의료용으로 쓸 수 있는 등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또 꼭 가스일 필요도 없다. 심전도·맥박·혈중산소포화도·뇌파·근전도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센서는 모바일 헬스케어에 적용 가능하며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사물인터넷(IoT) 역시 응용이 가능한 분야”라고 전망했다.

노 교수는 “‘200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인쇄전자 기술이 휴대성을 크게 높인 웨어러블 기기에서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연구를 시작했다”며 “전자기기의 휴대성은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것이고 인쇄전자 기술은 웨어러블은 물론 생체이식까지 확장되는 기술의 흐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쇄전자는 국내 전자 분야를 차별화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 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반도체를 예를 들면, 인류는 더 이상 실리콘 칩의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없다. ‘누가 더 빠른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느냐’하는 경쟁도 이제는 무의미해졌다”며 “가격 측면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리보다 한참 앞섰다. 이제는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바코팅’ 방식으로 가스 센서를 만드는 방식을 나타낸 예시. 반도체로 구성된 잉크를 기판 위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 소재가 유연한 만큼 플렉시블·웨어러블 기기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노용영 교수 연구실

‘바-코팅’ 방식으로 가스 센서를 만드는 방식을 나타낸 예시. 반도체로 구성된 잉크를 기판 위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 소재가 유연한 만큼 플렉서블·웨어러블 기기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노용영 교수 연구실




완성된 투명 유리 암모니아 가스센서 /사진제공=노용영 교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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