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이란 개념의 진화 그리고 반본(返本)
내가 차를 마신다는 것, 그건 차와 대화를 나누는 일입니다. 어떤 차를 어떻게 마실 것인지, 이를 위해 육하원칙으로 차의 이력을 묻고 살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도 가능합니다. 건강과 관련해 차를 만나는데, 차를 통해 나의 건강을 물을 수도 있고 병증이라고 하는 현상들을 통해 차를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서로 얘기하는 가운데 자연스런 음차(飮茶)의 표준이 나왔을 겁니다. 건강에 응용하고 건강과 관련해서 ‘나’와 연결되는 어떤 원리와 표준이 있다는 것이죠. 그 때문에 차는 생활 속의 필수품으로 자리했고, 약이 아니면서도 치병(治病)의 방법론으로 널리 이용됐습니다.
‘치병’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상식 같으면서 상식 같지 않은 개념을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한국차문화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Tea&More’ 강좌 가운데 박현 관장(한국문화정품관)의 ‘백차백치(百茶百治)’ 편에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병은 고치는 게 아니다”는 것, 이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했기 때문인데요. 치병(治病)이라는 말은, 병은 고치는 게 아니라 다스린다는 것, 일탈한 상황을 다스리는 관리의 문제라는 겁니다. 건강은 생활의 반영이고, 내가 살아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일탈과 조정이 반복되는데, 반복되는 그 흐름을 어떻게 다스릴까! 생활 속의 건강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말하는 건강은 심신의 건강과 함께 ‘행복한 사회’라는 이상까지도 포함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과, 도덕적으로 건강한 것도 건강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넣고 있죠. 건강을 사회적 목표로 삼기 위해 구체적인 지표도 말합니다. 일상의 생활과 노동에서 여유가 있는지, 일에 대한 책임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복잡한 심리적인 영역까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리와 심리와 사회적 요소들이 건강과 관련해 함수식을 구성하는데요, 이 건강 함수식은 복잡할 수밖에 없고, 그 외연은 끝없이 진화하겠죠. 건강을 권리라고 말하지만, 건강과 관련한 함수식이 복잡하고 커질수록 현실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큰 주제는 내가 하는 역할입니다. 그 역할은 일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 일을 하기 위해, 나는 공부하고, 먹고 마시며 운동하고, 필요한 잠을 잡니다. 이것이 나의 일상을 구성하죠. 특히 음식과 운동과 수면이 중심이 되어 내 몸의 구조(건)와 에너지 흐름(강)을 구성하게 됩니다. 이 흐름이 하루를 이루면 내 하루가 되고, 이 흐름이 1년이 가면 한 해의 나이를 이루게 됩니다. 건강 개념은 살아 움직입니다. 반본(返本)한다는 건, 시간적으로 뒤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로 돌아가 보자는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건강 개념은 끝없이 진화하고 대책은 보다 세밀해지겠지만, 내가 내 몸으로 돌아가 내 몸을 다스리는, 생활건강론으로 돌아가 보자는 게 반본의 취지입니다. 반본하는 길에 차는 복원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요.
# 일상에서 내 몸을 다스린다
우리 몸에 대한 개념 하나를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래 써왔으나 잊고 지내던 개념입니다. 바로 ‘몸’이란 무엇인가 하는 건데요. 우리가 말하는 ‘몸’이란, 움직이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건 피부와 살과 피와 뼈와 장기 등이며, 눈에 보이는 이들을 우리는 몸뚱이라 합니다. 한자로 육체(肉體)라 하죠. 이들을 부리는 주체를 우리는 마음이라 합니다. 이렇게 육체와 마음이 만나 이루어지고 있는 운동 시스템을 ‘몸’이라 불렀던 것이죠.
육체를 키우는 체육(體育)과 몸을 다스리는 수신(修身)을 구분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몸을 살피는 것은 건강의 주체와 대상을 분명히 해보기 위해선데요. 몸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마음, 그 대상으로 있는 것은 육체와 마음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몸이라는 것. 그렇다고 육체나 마음을 서로 차별할 필요는 없겠죠. 병은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보면, 우리에게 최고의 건강은, 내 뜻대로 내 몸을 부릴 수 있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성인병이라 부르던 질병들을 이제는 ‘생활습관질병’이라 부릅니다. 생활 습관에 병인(病因)이 있다는 거지요. 생활의 주요한 영역에서 잘못된 패턴이 반복되고 그러면서 내 몸속의 액체 흐름과 고체 구조들이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죠. 우리 몸에 비상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죠. 다만 일탈한 상황을 어떻게 컨트롤해서 다시 회복할 수 있는지, 그렇게 내 몸을 다스릴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죠. 그것도 일상 속에서 말이죠.
일상에서 내 몸을 유지하는 주요한 패턴은 음식과 운동 그리고 수면입니다. 음식을 내 몸과 화해시키고, 운동의 효과를 내 몸속으로 수렴시키고, 수면의 효과를 재생산으로 이어지게 하는 생활건강 프로그램이 필요하겠죠. 굳이 프로그램이라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게 이상일 텐데요. 성인병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도 결국 음식과 운동이죠. 차가 생활 필수품이 되었던 것은 위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정과 관련해서 다양한 차와 다양한 사람이 어떻게 만날 것인지, 그 표준을 확인하는 게 중요했죠. 이를 위해, 육하원칙으로 차를 살피고 몸도 살폈던 것입니다.
# 생활 습관 질병과 보이차의 활용
보이차의 효과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 외에, 1980년대에 진행된 임상 사례는 대개 성인병 혹은 귀족병이라 불리는 분야와 관계가 많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진행됐던 사례를 살펴봐도 그런데요. 파리 성안토니오 의과대학 임상학과에서 진행한 ‘지방의 신진대사에 대한 효과’와 ‘비만환자의 체중감량 효과’에 대한 보고가 그렇고요. 프랑스 국립건강의학연구소 임상실험에서는 혈지(血脂) 함량이 높은 환자들이 보인 혈지 감소 효과에 대한 보고도 그렇습니다. 이외에 항동맥경화, 항암작용 등에 관한 타이완과 중국 내 연구기관의 보고도 많았죠.
생활 습관이란 건, 어떤 내용으로 습관을 들이는가가 포인트입니다. 습관을 조절하기에 따라서 중독된 몸을 다스릴 수 있고, 얼마든지 병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낙관(樂觀)이 담겨 있죠. 배움을 때에 맞추어 익혀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라고 했는데요. 순서라면, 내 몸에 든 기존의 독성(?), 기존의 습관을 먼저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하겠죠.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상태에 비추어 보이차를 먼저 추천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보이차가 하는 해독작용과 음식을 조절하고 수면을 안정되게 하는 이완 작용이 어떤 음료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이죠. 특별하게 체질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 마실 수 있다는 것, 차와 사람이 만나는 표준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도 장점도 있습니다. 침을 맞거나 운동과 관련한 수렴 작용에서도 보이차의 보조작용은 뛰어난 편입니다. 운동 전후에 보이차를 마시면 배를 중심으로 온기를 수렴시킬 수 있죠.
차 생활은 소비문화와 직결됩니다. 차를 중심으로 삶을 설계했을 때의 소비문화는 기존 생활 패턴과 달라지겠죠. 소비가 문화로 자리한다는 것은, 내 몸의 재생산을 위한 투자 방향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소비의 한도는 정해져 있고, 그 범위 안에서 생활을 설계하기 마련인데요. 실제 차를 매개로 생활을 설계할 때, 달라질 수 있는 문화적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차 소비에도 관찰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보이차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진위 여부와 가격과 가치를 두고서 말이죠. 보이차는 제작기법과 진년(陳年) 정도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합니다. 생차 기법으로 제작하고 보관이 30년 이상이 된 차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죠. 그래서 숙차기법이 등장한 것인데요. 최근 현대적인 숙차는 이런 생활경제상의 문제까지 고려하여 등장한 새로운 보이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숙성된 생차를 구하거나 마시기 어려울 경우에 나름대로 그 역할을 대신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재래식 된장이 아닌 공장제 된장이라 하더라도 그 역할이 있는 것처럼, 숙차 보이차는 차 문화다운 결론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생활의 차로서 말입니다.
생활 속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화려한 차관이나 엄숙한 음차 형식을 보고 어려워할 수 있는데요. 차를 마시는 방법은, 우려 마실 수도 있고, 끓여 마실 수도 있습니다. 집 안에 있는 그릇을 이용해 얼마든지 차를 우릴 수 있죠. 현대적인 기기, 즉 커피메이커와 같은 티메이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휴대용 차 도구도 유행하고 있어서 마음만 내키면 언제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지요.
내 몸과 내 생활 환경에 어울리는 나만의 차 생활을 설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차의 이력을 이해하고, 어떻게 마시는지 기본을 익힌 다음, 자주 마셔보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차를 즐기는 습관이 자리한다면, 음식과 운동 그리고 수면 등 몸이 하는 움직임이 달라질 것입니다. 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차와 나누는 대화도 깊어질 것입니다. 생활 건강을 위해 나올 수 있는 차 이야기를 더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차를 마시는 방법과 관련한 도구도 살펴보겠습니다.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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