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신원미상의 남성에게 ‘캡사이신’ 테러를 당했다.
28일 낮 12시 20분께 중구 바비엥2 지하1층 간담회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김 이사장에게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달려들어 기습적으로 호신용 캡사이신을 분사했다.
얼굴에 캡사이신을 맞은 김 이사장은 곧바로 119구급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돼 간단한 처치를 받고 퇴원했다. 그러나 현장에 함께 있다가 얼굴에 캡사이신을 맞은 여성가족부 직원 3명은 계속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남대문 경찰은 캡사이신을 뿌린 남성을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다. 해당 남성은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소속의 한 남성 회원이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공식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의 합의에 따른 첫 가시적 조치이며 일본의 출연금 10억엔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이에 대해 일부 피해자와 정신대문제 대책 협의회(이하 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합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화해·치유 재단에 맞선 ‘정의기억재단’을 지난달 발족시키기도 했다.
이날도 정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한낱 돈의 문제로 전락시킬 수 없다며 재단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합의 무효화를 주장했다. 또 기자간담회를 가지기 전 대학생 20여 명이 간담회장을 기습점거했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등 재단 출범을 둘러싸고 시종 어수선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개별면담을 통해 재단출범에 대한 대다수의 지지를 확인했다”며 “어렵게 내미신 손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재단 명칭에 포함된 ‘화해’는 “할머니들과 역사의 화해도 되고 (재단에) 반대하는 분들과도 화해하는 것”이라며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는 것은 치유가 될 수 없다. 저희가 성의를 다해 다가섰을 때 그분들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용서가 화해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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