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상장사들에 배당 확대 요구를 강화하고 있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은 지금보다 더 배당 압력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은행·금융투자업계의 자산관리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1%가 “연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배당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의 82%가 현재보다 강한 수준의 배당 압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은행업 종사자(46%)에 비해 더 배당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전문가들의 이 같은 생각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 수익률이 해외에 비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19조1,39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배당 수익률은 1.74%로 기준금리는 물론 국고채 수익률도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선진국들의 배당 수익률은 2~4%에 달해 한국 기업들의 배당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착시현상”이라며 “기업 배당이 늘어난 효과라기보다는 기준금리가 내려간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4.57%의 수익률을 거둔 것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국민연금의 성과를 보통 이상으로 평가했지만 51%가 국민연금의 적정 수익률을 5~10%로 꼽았다. 이에 따라 금융 전문가들은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처투자·사모펀드투자 등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연기금의 역할에 대해 응답자의 60%가량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반면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7.7%에 불과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연기금의 자산과 비교해야 적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연기금은 앞으로 대체투자나 해외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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