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여명 공인회계사를 대표하는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상위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로키(low key· 낮은 자세)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당선 직후에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회계법인 대표 처벌 강화 방안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30년 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공무원 후배’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20일 공인회계사회 신임 임원단과 함께 금융위가 자리한 정부서울청사를 처음으로 찾아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상견례를 가졌다. 증선위는 금융위 산하 합의 기구로 기업 외부감사의 기준을 정하고 회계감리 조치를 의결하는 곳이다.
행시 22회 출신의 최 회장은 현재의 금융위인 재무부 국제금융 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최틀러’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기획재정부 1차관 시절 특유의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과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은 관가에서 유명한 일화다.
기업회계 관련 제도와 사건 처리 등을 총괄하는 이병래 위원은 행시 32회로 최 회장보다 10년 뒤에 재무부에 들어왔다. 주무국장인 김태현 자본시장국장은 35회다. 공무원 선후배의 ‘갑을 관계’가 뒤바뀌어 마주앉는 것 자체부터 서로 부담스럽고 껄끄럽다. 그래서인지 이날 최 회장의 방문은 공직사회 후배인 임종룡 (24회) 금융위원장은 물론 정은보(28회) 부위원장의 일정을 공교롭게도 피해갔다. 임 위원장은 휴가 중이고 정 부위원장은 최 회장 방문 시점에 금융위 정례회의를 주재했다.
최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인회계사회의 임원단 인사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상위 감독기관인 금융위에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회계업계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내뱉기보다는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조금씩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공인회계사회 총회에서 회계업계 규제 강화 방침에 단호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한결 부드러워진 자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공인회계사회가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며 “앞으로 관련법 개정안 제출이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 많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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