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로 인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하다는 영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우리 정부도 영국과의 FTA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라 협상이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20일 서울파이낸셜포럼이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프리 마운트에반스 런던금융시장을 초청해 마련한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헤이 대사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프로세스상 리스본 조약 50조(출구조항)에 따라 발동 이후부터 2년간 EU 탈퇴 협상이 진행된다”며 “(이에 따라) 한국이 영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만큼 양자간 FTA 협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브렉시트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FTA를 포함해 다양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도 이 같은 정부의 대응책 마련을 두고 ‘한국의 브렉시트 모범(South Korea’s Brexit Example)’이라고 평가했었다.
영국 정부와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FTA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국과 EU의 탈퇴협상이 최종 완료되기까지 영국은 한·EU FTA 관할 아래 있게 된다. 우리로서는 영국의 EU 탈퇴협상이 끝나기 전에 영국과 양자 FTA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유리하다. 이미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앞서 영국에 FTA 협상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17일 테레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와 FTA 협상 논의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 총리도 “가능한 한 빨리 호주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운트에반스 시장도 “한국과의 경제 및 통상 관계를 공고히 하고 우리가 지역의 파트너로 선택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방한했다”며 FTA 협상 추진에 힘을 실었다. 마운트에반스 시장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두고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이 왔지만,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장기간에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국제적 파트너와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국제교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의 금융 허브인 런던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고숙련 노동자, 안정된 법체계, 높은 수준의 인프라, 교육기관 등을 고려하면 브렉시트 이후에도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마운트에반스 사장의 방한을 계기로 마련됐다. 런던금융시장은 유럽의 금융 허브인 시티오브런던 스퀘어마일을 1년 임기 동안 총괄하는 직책으로 장관급으로 분류된다. 주로 해외 정부나 금융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금융서비스 관련해서 정부에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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