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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미투 브랜드' 광풍에 생계형 가맹점주 피해 확산

빙수·맥주·커피·주스 등

유행 따라 유사브랜드 넘쳐

장기계획 없는 '반짝 창업'

채 1년도 못돼 폐업 도미노

원조 브랜드까지 타격 입어

"한탕 노린 베끼기 관행

창업 생태계 교란은 물론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

정부 차원 규제 강화해야"

설빙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천편일률적인 창업 행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도를 넘어선 히트 브랜드 베끼기에 일단 매장부터 열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창업’이 봇물처럼 확산되며 생계형 창업이 대다수인 가맹점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빙수전문점 설빙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가맹점 모집을 사실상 중단하고 500여 개로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 원조 우유 빙수 브랜드인 만큼 가맹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여전하지만 유사 브랜드의 공세를 막고 내실을 다지려면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013년 부산에서 시작된 설빙은 2014년 여름 우유 얼음으로 만든 ‘눈꽃 빙수’로 창업 시장을 강타하며 불과 1년 사이에 매장 수가 500개 가까이 늘었다. 이후 제품 콘셉트를 그대로 베낀 백설공주, 위키드 스노우 등 미투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 브랜드는 한 때 가맹점 숫자를 100여개 이상으로 불렸지만 모방에만 급급한 탓에 채 1년도 채 되지 않아 절반 가까이 폐업했다.

압구정 봉구비어


같은 기간 스몰비어 브랜드의 원조인 봉구비어도 유사 브랜드의 등장으로 속앓이를 했다. 봉구비어를 따라 만든 상구비어·용구비어·춘자비어 등이 불과 1년 만에 1,000여개로 매장을 늘리면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벌어졌지만 이들 ‘OO비어’들은 차례로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별다른 차별화 없이 유행에 올라타 가맹점만 내는 물량 공세가 결국 자충수가 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부터는 저가 커피·쥬스 음료 브랜드가 묻지마식 창업 트렌드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전개한 저가 커피전문점 빽다방과 저가 과일주스전문점 쥬씨가 1년여 만에 500개 이상 점포를 내자 불과 3~4개월 만에 포장 판매 중심의 1,000원대 음료 브랜드 수십개가 쏟아졌다. 핵커피·빅커피·빅다방·더리터 등 이름조차 빽다방과 유사했다. 킹콩쥬스·곰브라더스·마피아주스 등도 쥬시의 인기에 편승해 우후죽순 간판을 내걸었다.

빽다방




하지만 이들 유사 브랜드는 빙수전문점과 스몰비어의 사례처럼 길어야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간의 뇌리에서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매장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은 단기간 흉내 낼 수 있지만 졸속으로 브랜드를 만든 탓에 경쟁력이 떨어져 고객의 외면을 자초할 수밖에 때문이다. 최근에는 너도나도 비슷한 브랜드를 선보이는 ‘반짝 창업’으로 원조 브랜드까지 타격을 입는 악순환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저렴한 창업비용 등을 앞세운 미투 브랜드 열풍은 생계형 가맹점주를 위기에 빠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히트 아이템에 편승해 기형적으로 움직이는 시장 동향이 국내 창업 생태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행에 편승하는 신규 브랜드들이 시장을 주도하면 창업 시장의 혁신은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번뜩이는 아이템을 앞세워 창업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온 브랜드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변화의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불과 4~5년까지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5년 이상 장수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500여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가맹점 수가 10개 미만인 브랜드는 2,800여개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창업 브랜드를 선보이는 대신 유행만 좇는 행태가 만연하면서 창업 생태계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지난 5월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도가 지나친 베끼기 관행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주를 이루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특성상 강제하기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인기 브랜드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끼는 잘못된 관행이 국내 창업 시장의 현주소”라며 “창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는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정부 차원의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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