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4대 회계법인이 14년 동안 유지해온 내부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 분식회계 혐의에 발목 잡힌 딜로이트안진의 성장세가 주춤거리는 사이 업계 3위 삼정KPMG가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4대 회계법인 중 막내인 EY한영은 2년 연속으로 매출액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4대 회계법인의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5.7% 증가한 1조2,630억원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대부분 회계법인은 3월 말 결산으로 매년 6월 말까지 사업보고서를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회계법인이 사업보고서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리도록 했다.
회계법인별로 보면 삼정KPMG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8.9% 늘어난 3,004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업계 2위인 딜로이트안진의 3,006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기록이다.
딜로이트안진의 매출액 증가율은 2.9%로 4대 회계법인 중에서 가장 낮았다. 회계법인의 규모를 판단하는 또 다른 지표인 회계사 수를 보면 삼정KPMG는 1,271명이 속했고 딜로이트안진은 1,131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의 2위 자리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부동의 1위 삼일PwC를 중심으로 한 회계법인 ‘빅4’ 체제는 안진회계법인이 지난 2002년 영국 회계·자문 업체인 딜로이트와 제휴를 맺고 안건회계법인을 합병한 뒤 2위로 올라서면서 공고하게 유지됐다. 당시 미국 에너지·물류 기업 엔론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가 적발되면서 안진회계법인과 손잡았던 아서앤더슨이 곤경에 처한 것을 계기로 업계 재편이 이뤄졌다.
앞으로 회계업계 재편 결과는 최대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딜로이트안진에 대한 검찰 조사와 금감원 감리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수조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가 검찰과 금융당국을 통해 밝혀지게 되면 딜로이트안진이 외부감사 등의 일감을 따내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탓이다.
EY한영은 2015 회계연도에서 4대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매출액 성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2014 회계연도와 비교해 11.7% 증가한 1,863억원(EY어드바이저리 제외)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2014 회계연도에는 12.6% 성장했다. EY한영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기업 인수합병(M&A) 자문과 구조조정 실사 등을 담당하는 거래자문본부(TAS)를 강화한 게 성장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 회계연도 때 컨설팅 부문 분사 등의 영향으로 역성장한 삼일PwC는 이번에 3.4% 늘어난 4,75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한편 회계법인이 2015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부터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소속 회계사에 대한 주식거래 관리 시스템 현황을 보면 삼일PwC·딜로이트안진·EY한영이 최근 규정 위반자를 적발해 자체 징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정KPMG는 주식 투자 전수 조사 후 조치 결과를 기재하지 않았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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