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하르트 사바틸 주한 EU 대사는 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화 되면 오히려 한국이 대 유럽연합(EU) 무역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바틸 대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EU FTA 5주년 간담회’에 참석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나가더라도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바틸 대사는 특히 “브렉시트와 한국의 대 EU 무역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자동차 분야”라면서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생산 기지를 두고 유럽 수출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일본은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생산량의 80% 가량을 27개 나머지 회원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생산한 일본 자동차가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면 유럽 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바틸 대사는 다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무역과 관련해서는 영국과 EU 모두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일본의 대 EU 자동차 무역도) 앞으로 유럽과 영국 간의 무역 협정을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에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사바틸 대사는 내다봤다. 그는 “유럽이 자발적으로 대북 제재를 결정한 후, 터키와 노르웨이, 보스니아 등 유럽 내 비 EU 국가들도 이에 동조했다”며 “영국은 EU에서 탈퇴하더라도 UN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EU와 대북 제재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나머지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 우려에 대해서는 “영국은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등 유럽 내에서도 여러 면에서 독특한 국가로 나머지 27개 국가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대해 영국 내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다른 회원국들은 영국의 결정을 매력있는 선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수 키노시타 주한 영국 부대사는 “영국 정부는 영국인들의 브렉시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이 다시 EU로 돌아올 것이라는 여러 시나리오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현재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영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새로운 총리가 선출된 다음, EU 탈퇴 과정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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