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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승계' 매듭 아워홈, 긴 경영공백 메우나

승승장구하던 막내 구지은

원로 경영진 불화설로 내홍

6개월 새 대표 3번 바뀌어

장남 구본성 대표 체제로

후계 구도 다툼 일단락

최대주주 책임경영으로

성장동력 회복 기대감





범LG가에서 출발한 중견 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 20일 오후 구자학(86)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59)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깜짝 발표해 식품업계를 어리둥절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38.5%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그간 경영일선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은 식품 비전문가였기 때문. 아워홈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참여 차원에서 구본성 대표를 선임한 것”이라며 “사업구조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구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49) 전 부사장을 둘러싼 회사 내홍을 봉합하기 위해 ‘장남 카드’를 꺼낸 구 회장의 고육지책으로 해석하는 이가 많다.

지난 6개월새 수장만 3차례나 바뀌고, 최대 실세였던 구 부사장의 보직해임과 복귀, 계열사 전출이 반복되는 등 아워홈이 사실상 2년여간 경영공백 상태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로인해 매출 정체와 임직원의 동요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과연 아워홈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 회장의 1남3녀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해왔던 구지은 전 부사장은 범LG가 최초로 여성 임원에 오르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구 전 부사장은 2004년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지난 3월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12년간 왕성하게 활동했다. 인천공항 식음료업장 진출, 외식사업 다각화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능력도 인정받았다.

후계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지난해 그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임원진과의 갈등설이 돌았고 이승우 당시 대표는 회사를 떠났다. 신임 대표엔 김태준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영입됐다. 업계에선 구 전 부사장이 친분있는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과 측근인 김 부사장을 강력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대표도 내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4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사내 안팎에선 외부인사 영입과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구 전 부사장과 원로 경영진과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보다 못한 구 회장이 직접 나서 구 전 부사장을 보직해임하고 이승우 대표를 복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구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또다시 2개월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아워홈 복귀는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다. 대신 장남인 구 대표가 등기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아워홈 측은 “기타비상근이사로 선임됐을 뿐 별도의 보직은 맡지 않을 예정”이라며 후계 구도 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불과 몇개월전 내부에서도 식품경영이 전무한 구 대표가 회사를 승계할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업체가 아워홈을 추월하는 동안 경영진이 흔들리면서 성장에 발목이 잡혔다는 내부 불만도 크다. 아워홈의 매출 그래프는 2011년부터 5년째 멈춰있다.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액은 1조3,547억원으로, 2011년 1조2,361억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한 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삼성웰스토리는 매출 1조2,040억원으로 아워홈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6,623억원으로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도 2011년 아워홈을 따라잡은 후 현재 2조1,127억원으로 몸집이 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로 입맛에 맞는 임원진을 꾸리려다 보니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막내딸 대신 장남 카드를 선택하면서 후계 건이 봉합됐지만 안팎에선 ‘아워홈의 잃어버린 2년’이란 말이 나올 만큼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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