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월급쟁이들의 경조사비 씀씀이가 크게 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시민단체에 내는 기부금도 줄었다. 근로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어 갈수록 재정지출에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올 1·4분기의 경조사비가 주요 구성항목인 ‘가구 간 이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11원(3.3%) 줄어든 25만127원이었다. 특히 근로소득자가 가구주인 근로자가구의 가구 간 이전지출이 1만3,338원(4.8%) 감소한 반면 자영업자나 무직 등을 포함한 근로자 외 가구는 소폭(0.3%)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 간 이전지출에는 부모가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내는 돈이나 환자에게 송금한 것도 포함되지만 축의금·부의금 등 경조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등에 대한 기부금이 주요 항목인 ‘비영리단체로의 이전’도 1년 전보다 2,941원(2.8%) 감소해 10만3,256원에 머물렀다. 이 중 근로자가구는 2,857원(2.5%) 줄어 11만1,930원이었다.
1·4분기 실질소득 증가율(-0.2%)이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고용 둔화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0.3%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가계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주거비(10.3%), 세금(경상조세·5.1%), 사회보험(3.5%) 등 지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계가 비교적 불필요한 지출인 경조비나 기부금부터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