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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금리 0%대 시대, 머니무브 빨라진다>1억 맡겼는데 이자 고작 90만원...뭉칫돈 은행 탈출 시작되나

자산가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에 돈 맡겼는데..."

예·적금, 이자소득세 빼고나면 재테크 수단 못돼

공모주·수익형 부동산·저축銀에 목돈 쏠림 가능성

한 고객이 시중은행 PB센터에서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한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여파로 은행 예·적금이 아닌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앞으로 재테크 시장에서 돈의 흐름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 고객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은행 실질예금이 0%대로 접어든 후 재테크 시장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예·적금 중심의 생활자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이전과는 완연히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은 그냥 돈을 보관하는 금고일 뿐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중심으로 공격형 상품에 대한 투자 문의가 늘어나는 등 은행에서의 자금 이탈 움직임도 감지된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PB센터에는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자산가들의 전화문의 및 상담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김모 PB는 “지난 이틀간 금리 인하 후의 대책이나 향후 시장 움직임에 대한 전망을 묻는 자산가들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며 “대부분 고객들에게 공모주나 수익형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한 다소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번주 은행권의 수신상품 금리 인하 후 은행 예금의 이탈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맡기면 기본적으로 돈을 불려준다는 상식이 확실히 깨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현재 1.3%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상품의 금리는 이번주 중 1.1%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1.1%의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목돈 1억원을 예치해도 명목상 이자는 110만원에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이자소득세 15.4%를 뺀 93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최근까지 금리 인하 시기에 단기 상품 위주로 은행에 자금이 몰렸던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예금 총잔액은 지난 2014년 8월 1,051조3,000억원에서 4월 1,171조3,000억원으로 120조원가량 늘며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무색하게 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개인고객 담당자는 “지난 2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고객들 중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 한국의 예·적금 금리도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에 돈을 은행에 맡기는 이들이 많았다”며 “해외 투자사들이 연내에 한국은행이 한 번 더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데다 실질 이자가 수년 사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은행에만 돈을 맡길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금 이동이 당분간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흥두 국민은행 대치 PB센터 팀장은 “이번달에는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등 국제적 변수가 많아 유동성 자금이 은행을 급격히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중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보험사와 저축은행으로 쏠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에 따르면 저축성보험의 경우 은행 이자율 개념인 공시이율이 3%대를 기록 중인 상품이 많으며 최저보증이율 또한 대부분이 1.5%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저축성보험에 돈을 10년 이상 복리로 굴릴 경우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이 있다는 점에서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사업비 구조 등을 감안해도 저축성 보험이 이익인 셈이다. 저축은행 또한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입시 1% 후반이나 2% 초반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하의 돈을 분산 예치할 경우 안전하게 돈을 굴릴 수 있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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