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방 문화, ‘독존청년’의 ‘위험한’ 탈출구=잦은 실패로 인한 자존감의 하락, 얼굴을 맞대는 직접적인 관계 맺기의 스트레스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방 탈출 카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정한 시간 동안 밀실에 갇혀 방마다 존재하는 미션을 푸는 방 탈출 카페는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청년층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유희 현상이다. 한 달에만 2∼3번 방 탈출 카페를 이용한다는 김선웅(26)씨는 “방 탈출 카페에서 미션을 해결할 때면 무너진 자존감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어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방 탈출 카페 외에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칸막이 카페와 혼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코인 노래방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밀실 문화가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존청년’들에게 잠시의 위안을 주지만 실질적인 ‘치유’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민간 공익재단인 광주청년센터 ‘더숲’의 상담가 류리나씨는 “혼자만의 유희를 즐길 때는 모르다가 다시 혼자 있게 되면 돌아오는 회의감은 그전보다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얼굴 맞대는 직접적 관계 회피
“무너진 자존감 회복되는 느낌”
방 탈출 카페 등 밀실문화 확산
◇고실업과 절름발이 교육이 ‘독존 청년’ 만들어=잠재 성장률이 점점 떨어져 바닥을 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경제적 요인 탓에 충분한 유희가 허락되지 않은 청년들은 정서적 허기를 느끼고 홀로 ‘절약적인’ 유희를 찾는다. 이렇게 ‘독존청년’들의 갇힌 놀이문화가 탄생한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주창윤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사회가 경제적으로 청년을 배제하고 청년들은 적극적인 노력보다 사회를 배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독존청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듭된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해소 시킬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주지 못한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성균관대 학생상담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동훈 교육학과 교수는 “남한테 의지하는 것이 익숙하고 부모의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자란 학생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상황이 많아지면 심리적인 절벽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관계 맺기의 과부하가 낳은 ‘방’ 문화= N세대로 대표되는 지금의 청년들은 오프라인을 통한 대면 관계 맺기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SNS를 통한 과도한 관계 맺기는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실제로 지난해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 ‘캐시슬라이드’가 1,271명을 대상으로 SNS 사용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중 49.4%가 SNS 사용 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잦은 실패를 경험한 ‘독존청년’에게는 일반인보다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문은미 동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자존감이 떨어진 청년들은 SNS 활동이 대중 앞에 발가벗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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