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200원대 고지를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고비를 넘기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던 지난 2011년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해외 요인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0원90전 내린 1,162원7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원70전 떨어졌던 2011년 9월27일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9원60전 내린 1,164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1,165원까지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1,161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해 1,162원대에서 거래를 끝마쳤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160원 초반에서 움직인 것을 보면 외환당국이 1,160원선을 지키기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폭락한 것은 미국이 6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설이 불거지면서 월초 1,130원대 중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90원선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옐런 의장마저 이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옐런 의장은 다만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인상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계속 생각한다”며 금리 인상의 불씨를 꺼뜨리지는 않았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멀어진 만큼 급격히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이 훼손되고 미국 재무부가 한국은행을 방문하는 등 압박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내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추이가 살아 있는데다 미중 전략경제대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등 글로벌 이벤트가 잇따르는 만큼 다시 한번 원·달러 환율이 튀어오르는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위안화 약세 추세가 이어질 테고 브렉시트 이슈가 부각되면 원화는 또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당분간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에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이 조정을 받겠지만 이후 여러 이벤트에 따라 큰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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